전략이 매직을 넘었다. 이제 고지가 눈 앞에 보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서 3-1 승리했다. 전반 7분 만에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었고, 28분 황의조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0분에는 이승우의 쐐기골까지 나왔다. 후반 25분 한 골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으며 결승에 안착했다. 금메달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완벽한 전략의 승리였다. 김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꾸렸다. 최전방에 황의조를 세우고 이승우, 손흥민, 황희찬을 2선에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김정민과 이진현 두 명만 세웠다.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을 빼고 윙어인 손흥민을 2선 중앙으로 이동시킨 게 작전의 핵심 포인트였다. 손흥민은 2선과 최전방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 시엔 2선으로 내려와 허리를 두껍게 구성했고 공격 상황에선 황의조와 투톱에 가깝게 움직이게 했다. 손흥민이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움직이자 베트남 선수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애초에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손흥민을 봉쇄하기 위해 5-3-2의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측면에서 2~3명이 함께 손흥민을 막아 공격의 활로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작전에 베트남 선수들은 대응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28분 황의조의 추가골 상황에서 절묘한 공간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손흥민이 측면에서 움직일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중앙에서 뛰었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묘수가 상대의 허를 찌를 것이다. 선수들의 능력 차이도 컸지만 감독의 작전에서도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초전박살' 전략도 빛났다. 사실 황의조, 이승우, 손흥민, 황희찬은 최전방에 서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수비 밸런스가 깨질 수 있는 전형이었다. 선제골이 필요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공격수 4명을 총출동시켜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골을 넣어 베트남을 힘들게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지난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경기 전 날 김 감독은 "당시 패배가 교훈이 됐다. 선수들에게도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카드로 선제골을 빨리 넣으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상대가 수비에 집중하다 역습을 시도하는 팀이기 때문에 먼저 실점하면 모든 구상이 틀어지게 돼있다. 팀 밸런스가 무너지고 한국이 유리하게 경기를 풀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이른 시간에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황의조가 추가골까지 만들면서 큰 위기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후반 집중력이 떨어져 수세에 몰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만족할 만한 경기 내용이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주요 선수들에게 휴식을 준 것도 다음 경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황의조는 후반 14분 교체 아웃 됐다. 손흥민도 27분 벤치로 향했다. 지난 8강전서 120분 연장 혈투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쳐 있다. 김 감독은 "사실상 탈진 상태"라며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시점에 공격의 핵심인 두 선수가 후반 20~3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체력을 비축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했다.
 기세도 좋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의 경기는 고비였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5경기서 무실점을 기록한 수비가 좋은 팀이었다. '박항서 매직'의 힘으로 승승장구하던 팀이다. 하지만 한국은 3골이나 터뜨리며 압도했다. 8강전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우즈베키스탄을 이긴 데 이어 베트남까지 넘었다. 좋은 흐름으로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김 감독은 "강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올라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승우는 "우리는 결승전을 하기 위해 온 팀이다. 끝까지 금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결승전은 9월1일 오후 8시30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2면
보고르 |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