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실천에 옮겨 기분좋다."
화려하게 LA 다저스의 가을 야구를 승리로 장식한 류현진이 1816일 만에 포스트 시즌 승리투수가 된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1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봉쇄했다. 삼진 8개를 솎아내 현지 언론으로부터 '류현진이라고 쓰고 에이스라 읽는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초구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전력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실천에 옮겨 기분좋다. 선발투수는 항상 100개 이상 던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구수(104개)는 부담없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이날 최고구속이 94마일까지 측정되는 등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어깨 수술 후 복귀한 투수로 믿기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 날을 위해 수술을 선택했다"고 돌아봤다. 류현진은 "2015년 당시 마운드에 다시 던진다는 생각으로 수술을 결정했다. 힘든 재활을 잘 이겨내면서 어떻게든 던진다는 생각만 갖고 준비했는데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길게 잘 던지기 위해 큰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던 이유도 이날 경기로 증명됐다.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던 동력을 동료들의 화끈한 득점 지원으로 꼽았다. 그는 "맥스 먼시가 2회 말 때려낸 3점 홈런이 7회까지 던질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홈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우리 팬이 많고 응원도 크게 해주신다. 시즌 초반부터 홈에서 좋은 경기를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저스 역사상 제리 로이스와 샌디 쿠팩스에 이어 포스트 시즌에서 7이닝 무실점 경기를 두 번 이상 달성한 역대 세 번째 좌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대단한 레전드와 비교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선수들이 다같이 준비를 했다. 선수로서 기분이 좋고, 듣기 좋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올 시즌 뜻하지 않은 부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팀 동료 저스틴 터너는 "류현진이 부상만 없었다면 사이영상 후보가 됐을 것"이라며 극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깨수술 후 복귀시즌이었던 지난해 가을잔치에 동참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날 역투로 훌훌 털어냈다. 류현진은 "그런(사이영상 후보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 자체만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성적이나 수상에는)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매 경기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만 하려다보니 지금까지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