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부시리그 / 월드시리즈 분석]

매드슨 대신 바에스 구원투수 나왔어야
류현진 다시한번 선발 등판 기회 불투명

야구는 매우 독특한 종목이다. 이기는 경기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감독의 작전도 시나리오를 짠 것처럼 착착 들어 맞는다. 그러나 패하는 경기는 동네 야구 수준에 머문다. 감독의 의도는 빗나가기 일쑤다. 타자들은 무기력해진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5회 위기를 넘기지 못했고 결국 패전의 멍에를 썼다. 다시 한 번 선발 등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가장 심하게 좌완-좌타자, 우완-우타자의 매치업을 활용한다.

5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류현진을 강판시키고 우완 라이언 매드슨으로 우타자 스티브 피어스와 매치업을 시도한 게 결국 발등을 찍었다. 매드슨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JD 마르티네스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선발 류현진이 보스턴의 우타 중심타선과 3번째로 맞닥뜨리는 상황이라 교체 타이밍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5회가 승부처라고 판단했다면 우완 페드로 바에스로 위기를 넘기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바에스는 올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핵심 구실을 했다. 8.1이닝 2피안타 1실점이다. 2차전에서도 8회에 나와 3타자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7이닝 무실점 외에는 3경기 연속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로버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 투수 12명, 야수 13명으로 25명 엔트리를 구성했다. 보스턴은 투수 11명, 야수 14명이다. 다저스는 1, 2차전에서 야수 13명을 전원 가동했다. 결과는 빈손이다.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승리 원동력은 불펜의 힘이었다. 밀워키전에서 불펜은 3승 2세이브 방어율 1.45로 뒷문을 지켰다. 31이닝 동안 20안타(2홈런) 12볼넷 40삼진을 기록했다.

로버츠는 불펜진 운용도 순서에 따른다. 우타 라인을 맞는 첫 구원 등판은 매드슨이 맡는다. 매드슨은 1차전에서도 5회 무사 1, 2루에서 선발 크레이튼 커쇼를 구원 등판했다. 그러나 커쇼가 남겨둔 주자를 모두 실점으로 연결했다. 2차전도 똑같이 5회에 만루 3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들여보냈다. 결국 류현진은 4.2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5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불펜 투수들의 방어율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매드슨의 방어율은 0.00다. 의미가 없다. 불펜 투수의 기록 가운데 우선적으로 보는 게 첫 타자 상대 아웃 여부다. 매드슨은 1, 2차전에서 선발을 구원해 연속 볼넷으로 첫 타자를 상대했다. 5회 매드슨 구원 카드는 이틀 연속 실패로 끝났다.

게다가 다저스 공격은 보스턴 마운드에 철저히 눌렸다. 과연 다저스가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