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금액만 보면 승낙하는 게 맞다. 하지만 다년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오는 게 현명하다. 오는 12일까지 류현진(31)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LA 다저스는 지난 2일 FA가 된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했다. QO를 승낙할 경우 류현진은 179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맺는다. 빅리그 전체 선발투수 연봉 7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을 손에 쥔다. 그리고 2019시즌이 끝나면 다시 FA가 된다. 일년 후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이른바 FA 재수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류현진이 QO를 받아들이고 2019시즌 건강과 기량을 모두 증명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류현진은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규정이닝을 소화한 시즌이 단 한 차례 뿐이고 150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도 두 차례 밖에 없다. 2015년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2017시즌에 복귀했지만 최근 2년 동안 209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2018시즌 방어율 1.97, 9이닝당 탈삼진 9.7개를 기록하며 최고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초반 3개월을 결장했다. 수술 후 혹독한 재활을 이겨낸 후 컷패스트볼을 추가했고 이전보다 다양한 볼배합과 향상된 제구력을 뽐내며 더 나은 선발투수가 됐지만 내구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2019시즌 1790만 달러를 받는 류현진이 2013시즌 이후 6년 만에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2018시즌과 비슷한 방어율을 기록한다면 류현진은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류현진이 2019시즌에도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류현진은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로 낙인 찍힌 채 FA 시장의 찬바람을 맞을 수 있다. 여러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2018시즌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QO는 위험부담이 큰 FA 재수다. FA 계약의 최대 장점은 다년계약에 따른 안정성이다. 계약기간 동안 부상을 당해도 전력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건강하기만 해도 꾸준히 빅리그 그라운드에 오른다. 메이저리그에선 계약규모와 출장기회가 비례한다. 류현진이 다년계약을 바라보면서 QO를 포기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QO는 타팀 이적시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QO는 메이저리그식 FA 보상제도다. QO를 받은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상위 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전 소속팀에 내줘야 한다. 유망주 가치가 폭등하면서 모든 팀이 신인 지명권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이번 FA 시장에서 대어로 평가받는 브라이스 하퍼, 패트릭 코빈, 크레이그 킴브렐과 같은 선수들은 신인 지명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영입해야 하는 선수로 분류된다. 냉정히 봤을 때 류현진은 이들보다 클래스가 낮다. MLB닷컴도 이번에 QO를 받은 7명 중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류현진을 꼽았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 겨울 자신의 고객인 마이크 무스타카스가 FA 미아가 된 것을 경험했다. 2017시즌 후 FA가 된 무스타카스는 전소속팀 캔자스시티의 QO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당시 보라스는 무스타카스가 4년 5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어느 팀도 무스타카스와 보라스의 손을 잡지 않았다. 결국 무스타카스는 3월까지 계약을 맺지 못하다가 캔자스시티와 1년 5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QO를 받아들였다면 무스타카스는 17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QO 거절로 약 1200만 달러를 손해봤다.
그만큼 에이전트가 중요하다. 보라스는 QO 승낙 마감일인 오는 12일까지 앞으로 열릴 FA시장 분석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전략을 수립할 게 분명하다. 만일 류현진이 다저스 혹은 다른 팀과 3년 총액 4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류현진은 QO를 거부할 확률이 높다. 반대라면 QO를 받아들이고 일 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