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오컵 8강경기 원톱 선제골등 8경기서 무려 4골
12월 몸값 순위 5800만 달러 EPL 전체 32위

'빅클럽에 약하다'는 얘기는 어느덧 옛 말이 됐다. 토트넘의 손흥민(26)이 첼시전 원더골에 이어 그토록 갈망하던 '북런던더비' 징크스까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 아스널과 경기에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그는 전반 20분 선제 결승포를 꽂았다.

지난 8일 레스터시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득점포에 이어 11일 만에 시즌 6호 골(리그3, 리그컵3)을 해냈다.

잉글랜드 진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손흥민은 이전까지 아스널과 8차례(리그7, 리그컵1) 만났지만 한 골도 없었다. '북런던더비'는 세계 축구가 주목하는 최대 라이벌전 중 하나다. 이런 경기에서 손흥민이 9번째 도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화려하게 타올랐다. 손흥민의 골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토트넘은 델레 알리의 오른발 쐐기포를 더해 2-0 완승했다.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일정으로 혹사 논란에 시달린 손흥민은 올 시즌 초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주춤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A매치 기간 토트넘에 잔류해 재충전한 뒤 최근 8경기 4골로 부활했다. 고비를 스스로 이겨낸 그의 경쟁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매 시즌 한계를 극복하면서 아시아 유럽파 새 역사를 쓰는 그는 토트넘 입성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빅클럽 징크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아시아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인 21골(리그14, 컵대회6, 챔피언스리그1) 대기록을 세운 2016~17시즌만 보더라도 리그 14골 중 상위권 팀에 골을 넣은 건 맨체스터 시티전 한 골에 불과했다. 컵대회도 대부분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몰아넣었다. 수준급 활약에도 골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지난 시즌 18골(리그12, 컵대회2, 챔피언스리그4)을 넣었을 땐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마수걸이 포를 가동했고,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도르트문트(독일·2골) 등 각 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을 골문을 연달아 열었다.

그리고 올 시즌 빅클럽 저격수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첼시를 상대로 시즌 리그 첫 골을 터뜨렸을 땐 50m를 번개같이 질주하고 상대 간판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무력화하며 '원더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이달의 골'로 선정됐다.

한달 여 만에 이번엔 토트넘의 최대 적인 아스널 골문을 저격하면서 그의 가치를 더 빛났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문만 열면 토트넘을 제외하고 이른바 EPL '빅5' 팀을 상대로 모두 골 기록을 품게 된다. 손흥민은 아스널전 이후 구단 '스퍼스TV'와 인터뷰에서 "지난 아스널과의 (EPL) 대결에선 결과(2-4 패)가 실망스러웠으나 오늘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우리 팬, 동료 앞에서 골을 넣은 건 놀라운 일이다.

좋은 패스를 넣어 준 델레 알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손흥민은 독일 '트랜스퍼 마크트'가 하루 전 발표한 EPL 선수 12월 몸값 순위에서 5000만 유로(약 5800만 달러)로 전체 32위를 차지했다. 이는 맨유에서 높은 주급을 받는 알렉시스 산체스(4500만 유로·37위)보다 높은 순위다. 1위는 1억5000만 유로를 기록한 손흥민의 팀 동료 케인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에당 아자르(첼시), 케빈 데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가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