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계가 남자 싱글 차준환의 급성장에 열광하고 있지만 여자 싱글의 치열한 경쟁도 시선을 끈다. 김연아를 보고 꿈을 키운 '연아 키즈'들의 몸놀림이 가볍다.
우선 임은수(15)와 유영(14), 김예림(15) 등 지난 2015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트로이카'가 눈에 띈다. 3명은 지난 2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2018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2019 피겨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임은수는 22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록한 우월한 점수를 바탕으로 196.79점(쇼트프로그램 68.98점+프리스케이팅 127.81점)을 따내 생애 첫 이 대회 정상 감격을 누렸다.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30.06점으로 1위에 올랐으나 첫 날 쇼트프로그램 부진(53.47점·9위)을 극복하지 못해 2위를 차지했다. 김예림이 181.44점으로 3위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회 때마다 상위권을 나눠 가졌던 3명은 이제 러시아와 일본이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은 여자 피겨의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은수는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동메달까지 획득했다. 김연아(2009년) 이후 한국 여자 선수가 이 대회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아울러 미국의 브래디 터넬(6차 대회 3위)과 함께 러시아 및 일본 선수 외에 시상대에 오른 '유이한' 선수가 됐다. 신체조건이나 표현력에서 김연아와 가장 닮은 선수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유영은 이번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시도하는 등 지금까지 한국 여자 선수들이 갖지 못한 탁월한 기술을 보유했다. 지난 해엔 4회전 점프를 연습할 정도였다. 재능이 탁월한 만큼 트리플 악셀 등의 완성도를 높이면 점수가 쑥쑥 오를 수 있다. 김예림은 손을 위로 뻗은 채 하는 타노 점프 등 화려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번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은메달을 따고 '왕중왕전'인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3명은 모두 미국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 중 유영과 김예림은 톰 자크라섹 코치에게 같이 배우는 등 캐나다 토론토를 베이스캠프로 삼았던 김연아의 길을 걷고 있다. '트로이카' 모두 치열한 경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등 서로를 피겨 인생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 임은수는 "(유)영이나 예림이도 잘하기 때문에 나도 좋은 쪽으로 자극이 된다. 끊임 없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예림도 "어렸을 때부터 같이 훈련하고 대회에 나섰기 때문에 이렇게 국내 대회에서 만나면 옛날 생각도 나고 좋다"고 했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