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샷이었다.
여자 골프 태극낭자의 '선두주자'인 세계랭킹 2위 박성현(26)이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역전 우승했다.
박성현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718야드)에서 끝난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시즌 첫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인디 위민 인테크 챔피언십 이후 6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성현은 LPGA 투어 통산 6승째를 따냈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챙기면서 누적 상금 400만 달러도 돌파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태극낭자는 올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3승을 합작했다. 지난 1월 시즌 첫 대회였던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지은희(33), 지난달 혼다 타일랜드에서 양희영(30)이 우승한 데 이어 3월 첫 대회에선 박성현이 웃었다. 달마다 한 명씩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회는 지난 2009년 신지애를 시작으로 2015년과 2017년엔 박인비, 2016년엔 장하나에 이어 지난해 미셸 위가 정상에 오르는 등 유독 한국과 한국계 선수와 인연이 깊다. 올해 박성현까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면서 기분 좋은 인연이 이어졌다.
3라운드까지 선두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4타 뒤진 7언더파 공동 8위였던 박성현은 전반 홀부터 공격적인 샷으로 순항했다. 평균 281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린 그는 페어웨이는 두 번만 놓쳤고, 그린 적중률도 94.4%(17/18)에 달했다. 1~3번 홀 3연속 버디에 이어 6~7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았다. 8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순식간에 4타를 줄이면서 한때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이민지(23)에 이어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백나인(후반 홀)에선 집념의 샷이 돋보였다. 11, 12, 15번 홀 등 대회 난코스가 모두 후반 홀에 몰려 있다. 보기 없이 10번 홀(파4) 버디에 이어 13번 홀(파5) 버디로 이민지와 동타를 이뤘다. 이후 이민지가 13번 홀 보기를 범하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14번 홀과 16번 홀 버디를 추가하면서 2타 차로 앞섰다. 결국 이민지가 14번 홀 이후 4개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전날까지 8언더파 공동 4위였던 고진영이 3타를 줄이면서 11언더파 공동 3위, 김효주가 10언더파 공동 5위, 지은희가 9언더파 7위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주타누간은 4번 홀(파3)과 13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3오버파로 무너졌다. 최종 합계 8언더파 공동 8위로 밀려났다.
박성현으로서는 '슬로스타터' 징크스를 깬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 2017년 LPGA 투어 데뷔 시즌엔 14번째 대회에서, 지난해는 8번째 대회에서 나란히 첫 승을 따냈다. 3년 차인 올해엔 지난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에 성공했다. 그는 "우승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항상 시즌 초반을 힘들게 시작했는데 출발이 좋다. 남은 경기에서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올해 5승을 목표로 밝힌 그는 시즌 개막 전 드라이버를 교체한데 이어 새 후원사와 손잡았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한 시점에 이르게 우승 신고를 하면서 후원사에도 큰 선물을 안겨줬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