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물론 노트북·태블릿·영상 전송 가능한 모든 장비 'NO'
식음료·유모차·쇠징박힌 골프 신발·셀카봉도 금지
뛰지 말고 과도한 응원·진행요원에 항의해서도 안돼

금지, 금지, 금지…
골프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에 들어서면 사방에 깔린 '금지 사항' 목록과 마주치게 된다. 마스터스 대회 본부가 제시하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휴대해서는 안 되는 물건 목록은 아주 많고, 게다가 구체적이다. 대회장인 오거스타 곳곳에 비치된 안내 책자뿐 아니라 코스 지도, 티타임 안내지 등 관객이 받아 쥐는 모든 인쇄물마다 '금지 사항'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허용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다', '제한적이다' 등등 대놓고 '금지'라는 용어는 많지는 않지만, 결국 금지한다는 내용이 한가득이다.
휴대전화는 금지 품목 1순위다. 지구에서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라는 농담도 있다. 노트북, 태블릿, 무선호출기,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 전송이 가능한 모든 장비는 모두 오거스타 경내에 들여올 수 없다. 카메라도 물론 금지다. 다만 연습 라운드 때는 카메라를 갖고 와도 된다. 라디오, 휴대용 TV, 오디오 재생장치 등 소음 유발 장비도 금지 대상이다.
응원 구호나 선수 이름 등이 적힌 깃발, 플래카드, 그리고 종이에 이런 걸 적어서 들고 있어도 안 된다. 식음료, 유모차, 쇠징 박힌 골프 신발, 디딤용 사다리, 잠망경형 망원경, 셀카봉 등 금지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스마트워치는 허용되지만 그걸로 전화, 이메일이나 문자 송수신, 사진이나 영상 전송을 해서는 안된다.
마스터스 땐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것도 사실상 금지다. 연습장 옆에서만 사인을 요청할 수 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골프클럽은 선수에게 사인을 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정책을 오래 전부터 고수하고 있다. 접이식 의자는 1인당 하나만 가져올 수 있고 스탠드형 관중석에 이미 자리를 잡아놓는 것도 금지한다.
뛰지 말라, 옷을 제대로 입어라, 특정 선수에 과도한 응원은 자제해라 같은 권장 사항은 거의 관객을 어린아이 취급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심지어는 진행요원 등에게 어떤 항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까지 버젓이 있다. 이를 어기면 큰일 난다. 벌칙이 무시무시하다. 곧바로 오거스타 밖으로 쫓겨나고 앞으로 영원히 마스터스 구경을 못하게 된다.
취재기자에게도 이런저런 제약이 한둘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거스타에 입장은 가능하지만, 휴대는 프레스 빌딩 안으로 제한된다. 프레스 빌딩 문 앞에는 '휴대전화는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경고 문구가 어김없이 붙어 있다. '휴대용' 전화기가 졸지에 책상 위에만 머물러야 하는 신세다. 프레스 빌딩 1층에 따로 마련된 인터뷰룸에도 휴대전화는 가지고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