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5시즌부터 가동한 스탯캐스트를 통해 100마일을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타구속도 100마일짜리 홈런까지 치는 괴물들을 집계 중이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올시즌 뉴욕 메츠 선발투수 잭 윌러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윌러는 지난 23일 시티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경기에서 최고구속 100.6마일을 던지며 7이닝 5피안타 0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2018시즌 후반기 11경기에서 9승 1패 방어율 1.68로 승승장구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펼쳐보이며 자신도 메츠 선발진의 기둥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이날 윌러의 활약은 마운드에 한정되지 않았다. 내셔널리그 규칙에 따라 9번 타자로 타석에 서서 홈런 포함 안타 두 개를 날렸다. 2회말 2타점 2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4회말에는 2사후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까지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윌러는 첫 홈런을 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윌러가 친 홈런의 타구속도다. 윌러는 보통 타자들도 쉽게 나오지 않는 타구속도 101.4마일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 잭 에플린의 92마일 직구를 공략해 본인의 선발승을 완성했다. 선발투수가 타석에서도 활약해 팀 승리를 이끄는 내셔널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윌러는 올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서 구속 100마일, 타구속도 100마일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는 2015년부터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가동하며 모든 타자들의 타구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많은 타자들이 타구속도를 기준으로 현재 자신의 타격 컨디션을 판단하다. 물론 투수가 타석에서 친 타구의 속도도 계산된다. 2015시즌부터 윌러를 포함해 총 14차례 한 시즌에 구속 100마일 이상, 타구속도 100마일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나왔다. 2018시즌에는 네이선 이볼디(보스턴), 마이크 폴티내비치(애틀랜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노아 신더가드(메츠) 등 4명이 구속 100마일 이상, 타구속도 100마일 이상의 주인공이 됐다.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 앞으로 몇 번이나 나올지 의심됐던 100-100 클럽에도 점점 더 많은 투수, 혹은 오타니와 같은 투웨이 플레이어들이 자리할 전망이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