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전히 쉴틈없이 1루 베이스를 밟고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7)에게 '전성기'라는 세 글자는 현재진행형이다.
더할나위 없는 시즌 출발이다. 추신수는 29일까지 올 시즌 26경기 97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30, 3홈런, 2도루, 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7을 기록 중이다. 자신보다 6살이 어린 앨비스 앤드루스, 11살이 어린 조이 갈로와 함께 텍사스 타선을 이끌고 있다. 시즌 전 모두가 텍사스의 고전을 예상했으나 텍사스는 추신수, 앤드루스, 갈로 야수진 3인방의 활약과 에이스 미아크 마이너의 철벽투로 승패마진 플러스를 유지 중이다.
추신수의 활약이 빛나는 이유는 수차례 위기를 직접 극복했다는 데에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유망주 육성을 진행한다. 예전과 달리 마이너리그를 점령한 유망주의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늦추기 위해 일부러 늦게 빅리그에 올리는 일도 줄어들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피트 알론조(뉴욕 메츠)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또한 개막전부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타티스 주니어처럼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만 20, 21세 빅리거가 부쩍 늘었다.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을 수록 베테랑 선수들의 출전시간은 줄어든다. 추신수 또한 강렬한 세대교체 파도를 맞고 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트레이드 루머는 끊이지 않고 스프링캠프마다 역할이 축소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추신수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현역선수 최다 연속출루(52연속경기) 기록을 세우며 통산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 시즌에도 출루 머신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각 부문 기록만 봐도 베테랑으로서 추신수의 가치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메리칸 리그 타격 부문 상위 10위에 오른 타자 중 만 35세 이상은 7위에 자리한 추신수가 유일하다. 추신수를 포함해 앤드루스, 조시 레딕(32·휴스턴), J.D. 마르티네스(31·보스턴), 4명이 30대고 6명은 20대다. 그런데 30대 4명 중 추신수를 제외하면 셋 다 30대 초반이다. 아메리칸 리그 출루율 상위 10위도 비슷하다. 만 35세 이상은 6위에 자리한 추신수와 10위의 넬슨 크루즈(38·미네소타) 밖에 없다. 절반 이상이 20대다.
어느덧 빅리그에서도 8번째로 나이가 많은 야수가 됐으나 '추추 트레인'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