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그랜드슬램과도 같은 대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하루전인 21일까지 1000만 270명을 모았다. 역대 26번째 천만 영화이자, 올 들어서는 ‘극한직업’, ‘어벤져스:더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어 네번째다.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감독에게는 ‘괴물’에 이어 두번째 천만 영화이고, 주연배우 송강호에게는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에 이어 네번째다.

이로써 지난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5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사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영화로 길이 남게 됐다. ‘기생충’은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대기록 퍼레이드의 첫 발을 성큼 내디뎠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영화계에 큰 의미를 갖는 올해,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황금종려상이라는 쾌거를 거두면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

여기에 천만 고지까지 밟으면서 흥행에도 성공하는 영화가 됐다. 개봉하자마자 1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기생충’은 개봉 14일만에 역대 5월 개봉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도 기록되는 등 남다른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고 수상하더라도 대중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로서 자리매김 하게 됐다. 해외수상작은 의미나 예술성은 인정받아도 재미는 없다는 편견을 확실히 깨는 영화가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뿐 아니라 ‘기생충’은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다양한 나라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지난달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프랑스 개봉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되는가 하면 베트남에서는 개봉 11일만에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영화 1위를 기록했다. 9월부터 12월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에 개봉되고, 영국과 남미권은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전세계 202개국에 판매되며 흥행 기록을 세우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우뚝 세우는 중이다. 지난 1919년 한국 영화의 시초인 ‘의리적 구토’가 탄생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100년 사이 한국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알 수 있다.

‘기생충’이 이렇듯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로 국내외 극장가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덕분으로 평가된다.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관객분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자긍심과 깊은 애정의 결과인 것 같다. 그래서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최우식,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등이 출연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