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연이은 낭보를 전하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또 썼다.
‘기생충’은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이번 수상은 세계 영화산업 주류인 할리우드에서 이룬 성과인 동시에 ‘한국 영화 최초’라는 타이틀로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는 영화다”는 특별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선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인데,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니깐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정치적인 메시지나 사회적인 주제도 있지만, 그것을 아주 매력적이고 관객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전해주는, 우리 뛰어난 배우들의 매력이 어필되었기 때문에 미국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배우 및 스태프, 제작사인 바른손, CJ, NEON 등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시상식에는 CJ 이미경 부회장도 함께 했는데, 미국 현지 경제매체들은 ‘기생충’과 이 부회장의 인연을 소개하는 등 또 다른 관심을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특히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 청신호가 켜졌다.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 전초전이라 불릴 정도로 아카데미상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카데미 발표가 아니더라도 ‘기생충’을 통해 이미 파급된 효과는 엄청나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할리우드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있는 주류 감독으로 떠오른 가운데,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몸값 역시 훌쩍 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 등에서 유명한 송강호 뿐 아니라 이정은, 이선균, 조여정 등 배우들 역시 ‘기생충 배우’로 눈여겨 볼 만한 연기파 배우로도 주목을 받게 됐다. 할리우드 현지 캐스팅 관계자는 “칸 영화제에 이어 골든글로브 낭보만으로도 한국 영화계의 우수성은 물론 눈여겨 볼 만한 아시아 배우들이 늘어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 역시 뜨겁다. 관계자들은 “영화계 BTS급 인기”라면서 “아시아 및 한국 관객들만이 좋아하는 게 아닌 전세계가 공감하는 영화”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애틀란타에 거주 중인 한국인 전미현 씨(44)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인기는 대단했다. 주류 극장들에서 모두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이 봤다. 한국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현지인들 대부분이 많이 보는 영화로 불렸다”면서 “‘기생충’을 시작으로 많은 한국 영화들이 개봉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생충’의 낭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영화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한 최종 후보작은 오는 13일(현지시각) 발표된다. 또한 이번 골든글로브의 경우 영화 대사가 전체 50%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아카데미상의 경우 작품상 부문 언어 규정이 없어 작품상 후보로도 유력시되고 있어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whice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