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가 아낌없이 주는 통 큰 선배로 변신했다. 자신의 비밀 무기인 컷패스트볼 그립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뿐만 아니다. 컨디션, 체력관리 노하우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리그 8년차 관록이 묻어나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류현진은 16일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위치한 바비 매틱 트레이닝 센터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캐치볼 후 곧장 불펜 피칭을 했다. 공식 훈련 첫 날 불펜 피칭 때 33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이날은 총 39개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 번에 39개를 던진 게 아니라 18개 가량 한 세트를 던진 뒤 포수와 의견을 나누고 한 번 더 던지는 방식으로 구위를 점검했다. 이날 포수는 특급 유망주 대니 잰슨이었다. 공식훈련에 돌입하기 전 호흡을 맞춘 터라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이다.
특히 커브 제구에 신경쓰는 등 브레이킹 볼 점검에 열을 올린 류현진은 불펜피칭 후 몰려드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피터 워커 투수코치뿐만 아니라 트렌트 쏜튼, 라이언 보루키 등 팀내 선발 경쟁을 펼치는 젊은 투수들도 류현진에게 다가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로 이끈 컷 패스트볼의 비밀을 듣기 위해서였다. 보루키는 캠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류현진에게 컷 패스트볼을 배우고 싶다"고 '버킷 리스트'인 것처럼 강조했다. 류현진은 직접 그립을 보여주고 던지는 시늉까지 하며 정말 상세히 알려줬다. 자신의 노하우를 대방출하는 인상이 풍겼다.
정글 같은 프로 세계에서는 영업 비밀을 쉽게 공유하지 않는다. 경쟁자가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서다. 그러나 류현진은 "알려 달라는 건 다 알려주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컷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구종이나 타자 상대 요령, 경기운영 방식 등 선수들이 물어오면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알려줄 계획이다. 그래야 팀이 된다"고 밝혔다.
그 역시 LA 다저스 시절 릭 허니컷 코치를 포함해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등 동료들에게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여러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시계를 더 먼 과거로 돌리면, KBO리그 신인 시절 첫 스프링캠프에서 한용덕 송진우 정민철 등 한화 레전드들에게 체인지업을 포함한 여러 구종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 팀 승리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모인 전사들이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 맞다.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류현진도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노하우 전수가 별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던 류현진은 "컷 패스트볼이 결정구라고 봐도 무방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아니다. 내 결정구는 체인지업"이라고 받아쳤다. 그러고 보니 체인지업을 전수하는 모습은 토론토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진짜 비밀 무기는 따로 숨겨둔 셈이다.

더니든|서장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