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은 9경기 8승1무 '승리의 파랑새' 증명

올 시즌도 변함없는 '승리의 파랑새'였다.
존재 가치만큼은 어느 때보다 가장 빛났던 손흥민(28.토트넘)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11골 10도움(전체 18골 12도움)을 해냈다. 톱 클래스 공격수의 대표 지표로 일컫는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4시즌 연속으로 해낸 데 이어 전천후 공격수의 상징과 같은 '한 시즌 10골.10도움'을 생애 처음으로 달성했다. 위대한 기록만큼이나 유의미한 건 '손흥민 골=무패' 공식이 4시즌 연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 30경기를 뛰었는데 골을 넣은 경기는 총 9경기다. 이 때 토트넘은 8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최근 4시즌 연속으로 손흥민이 리그에서 골을 넣으면 토트넘은 무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여름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성한 이후 EPL에서만 53골(160경기)을 넣었다. 53골은 총 43경기에서 터졌는데, 이 때 토트넘은 단 1패만 떠안았다. 나머지 손흥민이 골을 넣은 42경기에서 토트넘은 무려 37승5무를 기록했다. 승률이 86%를 넘어선다. 유일한 1패는 손흥민의 토트넘에서 데뷔한 2015~2016시즌이다. 이때 그는 EPL 적응기를 거치느라 한 시즌 리그 4골(28경기)에 그쳤다. 4경기에서 4골을 넣었는데 토트넘은 이때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 자릿수 골을 터뜨리기 시작한 이듬해부터는 승리의 파랑새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10경기에서 14골을 터뜨렸고, 팀은 9승1무를 기록했다. 2017~2018시즌엔 10경기에서 12골을 넣었는데 8승2무였다. 그리고 2018~2019시즌에도 10경기 12골을 기록한 가운데 팀은 10전 전승을 거뒀다.
올시즌엔 공격 포인트 순도도 꽤 높았다. 손흥민은 올시즌 자신이 골을 넣어 이긴 리그 8경기 중 '결승골 또는 결승골 도움' 등 승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게 절반이 넘는 5경기다. 특히 멀티골을 해낸 지난 2월 16일 애스턴 빌라와 26라운드 원정경기(3-2 승)에서는 오른팔 골절상에도 불구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후반 추가 시간 오른발 결승골을 해내 토트넘 팬을 열광하게 했다.
왜 손흥민이 리그 18골을 넣은 주포 해리 케인을 제치고 팀 자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