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주필러리그 후반 투입 존재감
부드러운 볼 터치-돌파로 분위기 살려
위협적 슛 수차례… 결승골에 이바지
선제골 넣은 스즈키 등 일본 국적 5명
올시즌 합류한 나카무라와 주전 경쟁
매스캣 감독 신뢰 속 실력 입증해야

2020~2021시즌 주전 경쟁은 곧 한.일전이다.
유럽 커리어 처음으로 리그 개막전 무대를 뛰며 결승골에 이바지한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가 팀 내 입지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승우는 9일(한국시간)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헬 반 스타엔에서 끝난 KAA 헨트와 2020~2021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퍼스트디비전A) 개막 라운드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30여 분을 소화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신트트라위던으로 이적한 그는 기대와 다르게 정규리그 4경기(선발 2회) 출전에 그치면서 공격포인트 없이 시즌을 마쳤다. 비시즌 K리그 빅클럽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그는 '한 번 더' 유럽에서 생존 싸움을 원했다. 때마침 호주 출신으로 멜버른 빅토리를 6년간 이끌었던 케빈 매스캣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 도전에 나선 그는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기대를 모았다.
다만 헨트전 선발 11명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평가전에 주로 왼쪽 윙어로 뛴 그의 자리엔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일본 출신 2000년생 신예 나카무라 게이토가 나섰다.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트벤테에서 17경기(4골)를 뛴 그는 새 시즌 신트트라위던에 합류했다. 하지만 데뷔전에서는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이승우가 팀이 1-1로 맞선 후반 14분 나카무라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투입되자마자 왼쪽 지역에서 부드러운 볼 터치와 돌파로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결승골에 이바지했다. 골대 앞에서 헨트 골키퍼와 수비수가 서로 공을 처리하려다가 충돌하면서 공이 왼쪽으로 흘렀다. 이승우가 재빠르게 달려 들어 왼발 슛으로 연결했는데 재차 상대 수비가 머리로 걷어냈다. 그러나 파쿤도 콜리디오가 밀어 넣으면서 2-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승우는 이 장면 외에도 후반 막판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위협적인 오른발 슛으로 첫 유효 슛을 만들어냈다. 2분 뒤엔 코너킥 상황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신트트라위던은 일본 기업인 DMM의 가메야마 게이시 회장이 지난 2017년 인수한 구단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인 선수가 많이 뛰고 있다. 올 시즌에도 나카무라를 비롯해 스즈키 유마, 이토 다쓰야, 마츠바라 코, 골키퍼 다니엘 슈미트까지 일본 국적 선수만 5명이나 있다. 스즈키는 지난 시즌 24경기(7골)를 뛰며 최전방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다. 이날도 킥오프 2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존재 가치를 높였다. 이승우가 올해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얻으려면 우선 '이적생' 나카무라와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해야 한다. 또 지난 시즌에도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돼 뛴 적도 있는 만큼 스즈키, 콜리디오와 경쟁 구도도 그릴 만하다.
무엇보다 매스캣 감독은 부임 이후 이승우에 대한 신뢰를 품고 있다. 그가 '일본인 구단주' 존재 여부를 떠나서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다운 경기력을 되찾아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