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알 수 없는 일본이다. 공식적으로는 한국 불매를 말하고, 온갖 한국 관련 뉴스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놓으면서도 어디로 보나 K팝의 열혈팬 같은 실체가 드러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줄리앙 옥션에 방탄소년단이 입은 뮤직비디오 의상이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을 명실공히 세계 최고 자리로 올려놓은 화제작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입은 파스텔톤 셔츠, 바지, 모자, 운동화 등이 경매에 나왔다.

'다이너마이트'는 지난해 8월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첫번째 영어 싱글로 한국 최초로 빌보드 핫100차트 1위에 오른데 이어 빌보드 싱글 톱10에 13주 연속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MV)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유튜브 MV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으며, MV의 누적 조회수는 발매 5개월만인 3일 현재 8억2483만회를 돌파했다.

남녀노소 전세계 아미들이 방탄앓이를 하는 와중에도 공식적으로는 큰 관심이 없는 척하던 일본이었지만, 정작 이 경매에서 방탄소년단의 의상을 사간 주인공은 2명의 일본이었다.

경매 결과 멤버들의 의상은 예상 가격보다 8배 이상 비싼 총 16만2500달러(약 1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낙찰자는 일본인 수집가 유사쿠 메사와 유명 유튜버 히카킨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가장 놀란 건 일본이었다. 당연히 미국이나 중국에서 사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일본 야후에서는 관련 기사에 "왜 한국에 돈을 쓰냐"며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일본 누리꾼들은 "그런 가치가 있는 걸까" "미국 빌보드 1위 아니었어? 미국 돈이 움직일 줄 알았더니 낙찰자는 일본 아저씨?" "마지막은 사랑하는 재팬 머니에 의존하게 된다는 결말 첨부" "자선이라면 일본에서도 할 수 있어요"라는 비아냥의 댓글이 달렸다.

덕분에 BTS의 의상이 일본에 온다. 일본 아미로서는 기쁘다" "틀림없이 중국 아미가 낙찰한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에는 부자 유튜버와 BTS 팬이 있었어. 예상을 크게 웃도는 낙찰금액을 음악산업을 위해, 감사합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히카킨은 887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버로 평소 BTS의 팬을 자처해왔다. 야사쿠 메사는 유명 패션브랜드 조조를 운영 중인 기업가 겸 예술품수집가로 약 48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덜컥 물건은 낙찰받았지만, 거금을 들인 이들 유튜버도 딱히 이 의상을 어찌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던 모양이다. 유사쿠 메사는 "아미 여러분, BTS 의상의 용도에 대한 의견을 주세요"라며 각자의 유튜브 채널에 경매 장면을 공개하기 앞서 팬들에게 활용법을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누리꾼들은 "용도도 정해져 있지 않은 물건을 사는구나" "그런 건 사기 전에 생각해야지" "한국에서는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데 부끄럽다"라며 비난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경매의 수익금은 미국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리코딩 아카데미'의 자선단체 뮤직케어스(MusicCares)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뮤직케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수입이 줄어든 음악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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