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을 성범죄 혐의로 고소했다가 '꽃뱀'에 '거짓말쟁이'로 내몰렸던 피해자 A씨가 5년만에 장문의 글로 당시 심경을 전했다.

A씨는 당시 스포츠서울 단독보도로 고소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자 "정준영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했고, 결국 엄청난 대중의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관련 사건을 "전 여자친구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해명했던 정준영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후로도 A씨에게 저질렀던 것과 유사한 범죄를 여러 여성에게 저지르다 2019년 3월 경찰의 덜미에 잡혔다.

가수 승리 등이 소속된 단톡방이 노출되며 정준영은 지난해 9월 불법촬영 및 집단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는 SBS뉴스의 탐사보도 비하인드를 담는 '끝까지판다' 유튜브채널의 '정준영 단톡방 사건 비하인드' 영상에 장문의 댓글로 2016년 당시 고소를 취하한 이유와 심경을 고백했다.

가장 먼저 정준영의 범죄를 세상에 알렸지만, A씨는 오히려 가해자 정준영을 두둔하는 대중의 비난에 시달렸고 끝까지 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했다. 오랜 세월 행여나 자신의 신상정보가 노출될까봐 전전긍긍했고, 정준영의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난 뒤에는 과거의 자신의 행위가 불러온 나비효과에 괴로워했다.

A씨는 23일 "2016년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던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상을 보게 되어 댓글을 단다. 사건이 모두 종결되고 진실이 밝혀진 지금 5년간 잘못 알려져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제 이야기를 이번 기회를 빌어 직접 바로잡고자 한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저는 정준영이 저에게 소홀하여 우발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고, 고소를 당한 후 정준영이 저와 사귀는척 달래서 고소를 취하한것이 아니다. 신고 이후 변호사 상담 결과 증거가 불충분하여 제가 무고죄를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여론의 갑옷같은 비호를 받는 정준영이 무고죄를 자신을 역으로 고소할 경우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정준영의 죄가 중할지언정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저에게 억울한 전과가 생길수 있는 일을 벌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조사 이후 정준영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고 정준영을 만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정준영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정황 증거를 취득하여 저를 지킬수 있는 방편을 마련한 후 고소를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정준영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작성하고, 성관계 동영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정준영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정황증거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촬영, 즉 불법촬영(몰래카메라)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

그럼에도 A씨는 성관계 동영상 촬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구체적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미래에 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여 저는 더이상 이 일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악플에 시달리면서 제가 별것 아닌 일로 정준영의 커리어를 망치고 관련 방송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죄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정준영의 복귀를 도와야한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게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고소를 제기했을 때도, 고소를 취하한 뒤에도 엄청난 대중적 비난에 시달렸다. 대중은 가해자인 정준영이 아니라 피해자 A씨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벼락같은 소나기를 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3년만인 2019년 클럽 버닝썬 사건이 정준영, 승리, 최종훈 등이 속해있던 연예인 단톡방 사건으로 번져가고 이들이 벌인 불법촬영 및 집단성폭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A씨는 이때 또 다시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파장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정준영이 저 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영상을 유포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악질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정준영에게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등으로 인해 정준영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게된 점에 대해서는 저 또한 깊은 유감을 느끼는 바다"라면서 "알려진 바와 같이 경찰의 부실수사와 정준영 봐주기가 있었고, 결국 제가 2016년도에 그 싸움을 이어나갔을 경우의 결말은 제가 결국 무고죄로 피소당하고 제 인생이 완전히 망쳐지는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정준영에게 죄를 묻는 것이 저에게 더 큰 피해로 다가올까봐 용서하고 그를 옹호할수 밖에 없었던 힘없는 사회초년생이었던 제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무기력했을까요. 정준영의 무혐의 판결 이후 저는 정준영의 휴대폰이 복원되었고 그 안에는 여성들의 동영상을 카톡으로 유포한 내용이 발견되었으나 그것이 저의 영상은 아니었기에 무혐의를 받은것이라는 소문도 듣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영상이 제가 아닐지언정 정준영의 범죄자가 아닌 것이 아닌데 무혐의를 받은 것이 이해가 가지않았고 저는 제가 끝까지 싸워내지 못하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후회로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라며 후회를 전했다.

A씨는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가 참 바보같다는 자책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결국은 정준영이 억울한 척하며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실 앞에 수많은 생각들이 수년간 절 괴롭혔다"면서 "그럼에도 저는 모든 억울함과 후회 원망을 극복해내고 결국은 나 자신을 응원하며 제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 고귀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2016년의 저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다 완전히 깨져버렸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이제는 많은 분들이 성범죄 피해자의 심경에 공감해주고 함께해주는 세상이 오게되어 참 다행스럽다"면서 "이글을 보시는 다른 범죄 피해자 분들도 범죄 피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 피해자인 당신이 완벽하게 대처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는 것, 당신의 인생을 짓밟은 범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라는 희망적인 말로 장문의 글을 마쳤다.

누리꾼들은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으시길 바랄게요" "힘들어하지 마세요. 님 잘못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으로 행복만가득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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