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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
"서양인들이 인정, 동료들이 선택해줘서 더 감격"
조합원, 아카데미 회원과 겹쳐 오스카상도 기대

"지금 제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서양사람들(Westerners)에게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동료 배우들이 저를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 줬다는 것이 더 감격스러워요."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74)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배우가 미국배우조합상의 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건 남녀를 통틀어 윤여정이 최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로운 작품에 주어지는 캐스팅상을 수상했지만 개인 수상자는 배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2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흰색 물방울무늬의 검정 블라우스에 귀걸이를 하고 화면에 등장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후보에 든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윤여정의 말에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콜먼은 "퍼펙트"를 외치며 윤여정을 응원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남우주연상(스티븐 연)과 캐스팅상 후보에도 들었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과 SAG 조합원 상당수가 겹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회원 8000여 명 중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SAG 회원이다. 지난해에도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여우조연상만 놓고 봤을 때 2010년 이후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자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는 2019년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수상한 에밀리 블런트 단 한 명이다.

74세의 나이에 인생 최대 전성기를 맞은 윤여정은 한국을 넘어 세계영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