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아버지 김용건의 혼외 임신 스캔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인생 위기를 맞았다.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 심리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정우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재판에 앞서 서울지방법원에 도착한 하정우는 검은색 수트 차림에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의 하정우는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는 짧은 말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갔다.

하정우는 법정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정우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대부분 범행이 시술과 함께 이뤄졌고, 의료인에 의해 투약됐다는 사실을 참작해 달라. 실제 투약량은 병원이 차트를 분산 기재해 진료기록부상 투약량보다 훨씬 적은 점도 참조해 달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얼마나 주의 깊지 못하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반성한다. 많은 관심을 받는 대중 배우가 좀 더 신중하게 생활하고 모범을 보였어야 했는데 나의 잘못으로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피해를 준 점을 고개 숙여 깊이 사죄한다”며 “매우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가 되고 이 자리에 서지 않게 더욱 조심하며 살겠다. 모든 과오를 앞으로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게 재판장님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안일하게 판단한 점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도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 하고 경제손실 크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정우 측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재판은 빠르게 마무리 됐다. 검찰은 하정우가 동종 전력이 없는 점,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한 점을 고려해 벌금 1000만원형과 8만 8749원의 추징금을 함께 구형했다.

하정우는 지난해 친동생의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1000만원에 약식기소 했고, 하정우는 “피부과 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처분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하정우는 재판을 위해 율촌, 태평양, 바른, 가율 등 4곳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10명으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리며 만발의 준비를 했다. 약식기소 당시에만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하정우가 부장판사, 부장검사, 경찰 출신 등 이력이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리면서 그의 첫 재판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뿐 아니라 하정우의 아버지이자 배우 김용건이 39세 연하 여성 A씨와 혼외임신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아들인 하정우, 차현우(본명 김영훈) 형제까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A씨는 김용건이 낙태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김용건은 “아들들도 지지해줬다”며 출산과 양육을 위한 책임에 최선을 다하겠노라 밝혔다. 하지만 향후 상속 비율 등 사건 외적인 여러 이슈들까지 도마에 오르며 하정우 가족 전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정우의 배우 인생 위기다. 그간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천만 배우를 넘어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오른 하정우의 배우 인생 역시 꽃길이었다. 아버지 김용건의 후광 없이도 자력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아버지의 임신 스캔들까지 휘말렸다. 큰 구설수 하나 없이 20여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이어온 하정우가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영화 ‘피랍’, ‘보스턴 1947’, ‘야행’ 등 공개될 예정인 영화도 여러 작품인 만큼 하정우가 이번 사건들을 어떻게 넘기는지가 향후 배우 생활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한편 하정우의 선고 공판은 9월 14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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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