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이광수가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며 작품에 녹아들고 있다.

영화 ‘싱크홀(김지훈 감독)’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500m 지하로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재난물이다. 극중 이광수는 상사의 집들이에 왔다가 운도 없이 싱크홀에 떨어진 짠내 나는 회사원 ‘김대리’로 열연했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이후 2년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된 이광수는 “지금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언제 이런 영화를 해볼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재난 영화 ‘싱크홀’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재난 상황을 그리는 만큼 촬영 현장은 고생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이광수는 “재난 영화다 보니 몸으로 부딪혀야 해서 고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뿌듯하고 성취감 있었다”고 기억하며 “집에 돌아갈 때 후련함이 있다. 현장에서 제작진분들에게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배려와 섬세한 마음들을 느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광수가 연기한 김대리는 짠내 나는 2030 현실 직장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는 자신감도 없고 운도 없는 ‘웃픈’ 현실 회사원으로 재난의 상황 속에서 차승원, 김성균과 유쾌한 시너지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혜준과는 연인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이광수는 “이기적이고 얄미운 모습이었다가 김혜준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갑작스럽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최대한 얄밉고 이기적이게 보이다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 표현하고 싶었다”며 “뻔하지 않도록 말투와 행동들을 상황에 맞게 잘 녹아들게 해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화 ‘싱크홀’에 함께 출연한 차승원, 김성균, 김혜준 등 배우들은 한결같이 “이광수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라며 칭찬했다. 촬영 현장에서 ‘성실의 아이콘’으로 불렸다는 그에 대해 김성균은 인터뷰를 통해 이광수가 촬영장에서 휴대폰도 보지 않고 집중한 일화를 공개하며 김지훈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귀여운 질투를 하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수줍은 미소를 지은 이광수는 “준비를 많이 해온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현장에서 핸드폰 보는걸 한 번도 못봤다고 칭찬해주시는 바람에 촬영 끝날 때까지 볼 수가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이야기했다. 먼저 차승원에 대해 “고등학생 때부터 제 롤모델이었다. 처음 뵐 땐 떨렸는데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촬영하면서 가르침보다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내가 준비한 걸 다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김성균에 대해선 “성균이 형은 주변에서 워낙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소문보다 훨씬 더 사람 냄새나고 편안한 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연인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김혜준에 대해선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라며 “현장에서도 스태프, 감독님, 선배님들께 인기가 많았다. 촬영할 때 몸을 안사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현장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 오가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던 이광수는 지난 6월 11년 간 출연해 온 SBS 예능 ‘런닝맨’의 하차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차량 접촉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 ‘런닝맨’을 하차하게 됐다.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그는 “다음달에 쇠심을 빼는 수술을 한다. 첫 수술 했을 때 재활을 부지런히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번에 재수술을 하고 나서는 시간을 좀더 재활에 할애하고 더 노력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연기 활동에 행여나 예능 이미지가 겹쳐 보이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이광수는 그런 우려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걱정보단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더 깊다는 그다.

이광수는 “‘런닝맨’에서 하차한다고 해서 ‘런닝맨’ 속 이미지가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12년간 했고 저를 많은 분들께 알리고 지금의 제가 있는 것도 ‘런닝맨’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워낙 코믹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능 이미지 때문에 관객들이 방해될 수 있어 다른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보단 매 캐릭터에 맞게 제가 잘 하다보면 또다른 면을 봐주시는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런닝맨’을 통해 망가짐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떨쳐냈다며 자신의 강점을 살려 더 많은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예계 절친이라고 알려진 배우 조인성 또한 최근 영화 ‘모가디슈’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몇 차례 개봉을 연기한 두 작품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광수 역시 ‘모가디슈’를 감명 깊게 봤다며 “너무 기분이 좋고 축하한다. ‘모가디슈’의 도움을 ‘싱크홀’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인성이 형과 통화를 많이 하는데, 이런 시기에 개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귀띔했다.

이광수는 ‘싱크홀’ 이후에도 ‘해적:도깨비 깃발’을 비롯해 영화 ‘해피 뉴 이어’까지 연이어 개봉을 대기 중이며 열일을 예고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더 끌리고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지금 아니면 못해볼 거 같은 캐릭터, 상상을 많이 해서 준비해야 하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진 |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