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패럴림픽 100m 육상 경기장서 시각장애 女선수, 동화 같은 청혼에 눈물 감동

[생생토픽]

가이드 러너, 무릎 꿇고 반지 끼워주며
깜짝 프로포즈,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

지난 5일 폐막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경기장에서 로맨틱한 동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리는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의 시각장애 육상 선수 쿨라 니드레이라 페레이라 세메도(32)는 지난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T11 예선 4조에서 스타트했다. 이날 경기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그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33초04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체 참가 선수 15명 중 14위로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트랙에서 준결선행 티켓을 놓친 실망감에 고개를 숙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를 향해 가이드러너 마뉴엘 안토니오 바즈 다 베이가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꼭 잡은 “나와 결혼해줄래?”라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페레이라 세메도는 눈물을 지으며 함박 웃음으로 청혼을 수락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가이드 러너들이 먼저 일제히 환호했다. 그리고 옆에서 서있던 다른 시각 장애 선수들도 가이드 러너들로부터 상황을 전해듣고는 함께 기뻐했다.동료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뜨거운 축복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SNS를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시각장애자인 세메도 페레이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했고, 선수와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대회 공식 프로필을 통해 ‘가이드 러너’를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로 꼽기도 했다. 트랙에서 자기 눈이 되어 준 가이드 러너와 인생 레이스도 함께 달리게 됐다. 손을 이은 끈이 두 청춘의 심장을 이었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메달보다 값진 인생의 선물을 받았다.

 

☞가이드 러너는

전맹(全盲) 선수가 참가하는 T11 종목은 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2인 1조로 함께 뛴다. 가이드 러너는 스타트 위치와 자세를 잡아주고 끈으로 선수와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50cm 이내에서 달려야 한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이자 페이스 메이커이자 운명공동체다. 가이드 러너가 부정 출발하면 해당 선수는 실격 처분을 받게 된다. 가이드 러너가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도 실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