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선수 기용-무리한 빌드업 축구로 뭇매
이라크 원정서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승리
亞 최종예선 지배한 플랜A, 물음표가 느낌표로

황의조 이탈에도 그간 보기 힘들던 다득점 경기 해내
지옥의 중동 원정 뚫고 WC 본선행 조기 확정도 유력
아집.고집 비난 속에서도 꿋꿋… 내용.결과 모두 잡아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출범 이후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여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끝난 이라크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에서 이재성~손흥민(PK)~정우영의 릴레이포로 3-0 대승했다. 4승2무(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이란(5승1무.승점 16)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최종 예선 잔여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3위 아랍에미리트(UAE.승점 6)와 승점 차는 8로 벌어졌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A,B조 1~2위가 자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최종 예선 잔여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한국은 내년 1월 A조 4위에 매겨진 레바논(승점 5)과 7차전을 치른다. 한국이 레바논을 제압하고, UAE가 7차전 상대인 시리아에 무승부 이하 성적을 거두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축구가 평준화하는 현상과 맞물리며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모두 최종 예선 최종전에 가서야 본선행을 확정했다. 특히 브라질 대회 땐 이란과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져 3위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 차이로 제치고 천신만고 끝에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런 역사와 비교해서 벤투호는 근래 들어 보기 드물게 본선행 조기 확정이 유력하다.
애초 한국은 이번 최종 예선에서 중동 5개국(이란.이라크.UAE.시리아.레바논)과 한 조에 묶여 죽음의 조에 편성된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역대 전적에서 뒤지는 아시아 강자 이란과 만남을 물론 중동 팀과 맞대결은 장거리 원정이 불가피하고 '침대 축구'에 상대 텃세까지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오로지 최상의 경기력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벤투호'는 플랜A를 앞세워 최종 예선 내내 지배하는 경기력으로 우뚝 섰다. 특히 최대 고비로 여긴 지난달 12일 이란과 4차전 원정 경기(1-1 무)에서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중원 플레이로 이란이 가장 잘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지옥의 땅'으로 불린 이란 아지다 스타디움 원정 경기에서 역대 가장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인 게 사실이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 11일 UAE, 17일 이라크와 2연전에서 더욱더 빛을 발휘했다. '붙박이 원톱'인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벤투호'는 풀백을 전진 배치하는 측면 빌드업의 속도는 물론 패스의 정확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황인범과 정우영 등 2선 중앙 자원은 유기적인 움직임과 전진 패스로 전술 동력이 됐다. 이어 손흥민, 황희찬 등 주력 윙어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여러 차례 기회를 창출하는 등 황의조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 원정만 하더라도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67-33으로 앞섰다. 그리고 9개의 슛을 시도했는데 유효 슛이 무려 7개였다. 전체 패스 성공률도 90%로 이라크(76%)와 비교됐다. 이런 수치는 좋은 경기력에도 '2% 아쉬움'으로 남겨진 다득점 경기까지 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정도 경기력이면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은 물론, 1년여 앞둔 본선 무대에서 기대치도 커질 만하다. 보수적인 선수 기용과 무리한 빌드업 축구를 표방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뚝심 있게 제 갈 길을 간 벤투 감독은 최종 예선에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고 있다. 태극전사의 신뢰까지 더욱더 쌓이면서 자신만의 축구를 완성하는 데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