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기가 와도 우린 항상 방법을 찾아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다시 만나서,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약 2년반 만에 만난 아미(팬클럽명)과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웃음을 안기며 소중한 시간을 즐겼다.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공연의 첫 포문을 열었다. 10일과 12일, 13일 공연을 통해 총 4만 5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다.

무엇보다도 방탄소년단과 국내 팬 아미들의 2년 5개월만 재회라는 점이 유의미했다. 오랜만에 아미들과 마주한 일곱 멤버들은 눈을 맞추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묵은 한을 해소했다. 비록 코로나19로 함성 없는 공연이었지만 설렘과 환희로 가득찬 뜨거운 열기가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이에 보답하듯 방탄소년단 역시 공연 내내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현장에 운집한 1만5000여명의 아미들을 기쁨과 감동에 젖게 했다. ‘온(ON)’을 시작으로 ‘불타오르네’ ‘쩔어’ ‘DNA’ ‘블랙 스완(Black Swan)’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아이돌(IDOL)’ ‘홈(HOME)’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여러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말들도 공연의 관전 포인트였다.

#2년 만에 마주한 아미, “감동이고 설렌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아미들과 2년 만의 대면 인사를 나눴다. 먼저 리더 RM은 “마침내 우리가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났다”고 크게 외쳤다. 뷔는 “텅 빈 객석 앞에 카메라만 놔두고 촬영 했는데 아미들이 여기 계시니 감동이고 설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곱 멤버들은 이날 공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고 약속했다. 슈가는 “함성을 지르지 못해 아쉽지만 2년 반만에 함께 있다는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이 공간에 함께 있기 위해 설레었다. 오히려 긴장을 많이 했다. 우리 함께 즐겨보자!”라고, 정국은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지민은 야외 공연장에 팬들이 춥지 않을까 걱정하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저희가 잘하겠다”고 애틋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함성 없는 공연은 BTS도 처음 “모두 박수 질러!”
멤버들은 이날 함성 없는 공연에 신기한 마음과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숨기지 못했다. 오프닝 무대 후 RM은 “우리가 언제 박수를 받는 콘서트를 해보겠나. 역사에 남을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연이은 무대 후 숨이 찬 멤버들은 “함성이 없으니까 쉴 시간이 없다”며 웃기도 했다. 진은 “‘너무 멋있다’, ‘무대 진짜 좋다’고 말씀 안하셔도 여러분들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석진이 나이 먹어서 좀 힘든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시지 않냐”라고 재치있는 농담도 건넸다. 슈가는 “무관중은 해봤지만 함성 공연은 처음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마이크를 타고 들어오는 함성과 응원이 그립긴 하지만 여러분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이 감동스럽다”며 팬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걸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멤버들은 하루빨리 공연장을 채우는 팬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파도타기의 민족이죠!” 기다렸던 ‘아미타임’
공연 말미에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른바 ‘아미밤 파도타기’도 어김없이 진행돼 감동을 더했다. 정국은 “아미들이 온라인 콘서트를 할 때 ‘아미 타임’을 엄청 그리워했다고 하더라”라며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이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시작됐다. 직접 아미밤을 들고 파도타기 시범을 보여준 방탄소년단은 파도타기에 진심인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특히 오랜만에 하는 파도타기에 아미들의 호흡이 맞지 않자 ‘속도가 느리다’ ‘2년반 만에 해서 그렇다’ ‘박자가 안맞는다’ ‘2층 저기 안했다’며 팬들을 꾸짖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보라빛으로 물든 잠실에 “드디어 집에 돌아온 거 같아요”
주경기장에서 아미와 다시 만난 방탄소년단은 공연 내내 “집에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다. 2018년 8월부터 매해 잠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해온 방탄소년단에게 이곳은 집에 돌아온 것 같은 안락함과 함께 그간의 아쉬움과 불안감도 씻겨 내려가게 만들었다. 제이홉은 “아미가 있는 곳이 진짜 우리의 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정국은 옛 생각이 많이 났다며 “마음이 아리면서 행복했다”고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RM은 “‘홈’을 부른게 의미가 있었다. 아마 여기가 저의 진정한 고향인 거 같다. 너무 행복하다”며 “이 무대가 끝난다고 해서 저희 노래와 춤이 끝나는건 아니니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만나자”고 약속했다.

#“23년 같던 2년, 참 힘들었다” 고백 그리고 새로운 여정(엔딩 멘트)
제이홉 “저는 마냥 잘 지내지만은 못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여러분들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면서 지냈다. 그런데 여러분들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정리가 됐다. 2년반 동안 우리도 뭐라도 해보고자는 마음으로 온라인 콘서트 등을 했고 우리끼리 무대를 꾸리며 살았는데 사실 참 힘들더라. 그래도 가수라고...공연은 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있어야 공연 같다는걸 많이 느끼고 깨달았다. 오늘 와주셔서 저의 마음을 정리해주시고 깨끗하게 씻겨내 주셔서 감사드린다.”

뷔 “오늘 미세먼지가 최악이더라. 걱정을 많이 했다. 저희가 2년반만에 여는 콘서트인데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신나게 놀아야겠다 해서 정말 놀았다. 다음엔 기필코 아미 목소리를 들을테다라는 목표가 생겼다.”

정국 “체감상 23년이 지난 거 같다. 너무 힘들었다. 엔딩멘트를 어떻게 할까 콘서트 날짜 잡히고 나서 2주 전부터 생각했다. 잠들기 전에 누웠는데 잠이 안오더라. 나도 멋있는 말을 하고 싶어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근데 단순하게 정리가 된다. 너무 보고 싶었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여러분들 표정을 볼 수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여러분들이 저희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다면 그걸로 됐다. 정말 행복했다. 앞으로 행복한 날들 많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슈가 “2년반 만에 다시 주경기장에 오게 됐다. 잠시만 기다려달라 했는데 2년반이나 되어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더 좋은 날이 있지 않겠나. 정말 오늘 즐겁게 즐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사랑한다.”

지민 “여러분 오랜만이다. 얼마나 기다려오고 아쉬워하고 보고싶어 했는지 잘 아실 거다. 막상 공연을 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들이 다 없어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본 느낌이었다. 저희 더 열심히 하겠다.”

진 “저희가 이 콘서트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미국에서 한번 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한다고 해서 회의도 많이 했고 멤버들의 고민도 많았다. 날씨도 굉장히 춥고 걱정도 됐는데 따뜻하게 입고 오신 거 같아 다행이다.”

RM “지긋지긋하던 언택트가 끝났다. 있을 땐 몰랐다. 사람들을 보고 에너지를 받고, 같이 뛰고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당연한 거였는데 그럴 수 없으니 너무나 힘든 2년이었다. 영혼을 갈아서 만든 공연이다. 이 보실 수 없고 제한된 상태로 공연을 한다는게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각오하고 올라왔다. 속상하지만 그래서 더 결연하게, 우리가 나머지 여백을 다 채우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비대면 공연보다 훨씬 낫다. 너무 행복하다. 나중에 지금 돌아보면 추억이 될 거다. 저희가 또다시 더 좋은 모습으로 ‘기릿’ 해서 함성 지르고 다시 만나게 되는 그날까지 절대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주경기장에서 기다리겠단 말 지켜서 좋고, 한달음에 달려와 주셔서 감사하다. 각자의 공간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춤춰주셨으면 좋겠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