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과 소속사 하이브가 병역특례법에 대해 직접 발언한 가운데, 여야가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4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건 병역 문제에 대한 발언이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이진형 CCO는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를 둘러싸고 작심한 듯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에 말을 아껴왔던 소속사 하이브가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이브 측은 멤버들도 병역제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힘들어하고 있다며 솔직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드러내며 국회에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병역 면제’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고 아직 영향력을 떨칠 세계 시장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병역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병역 문제 관련 상세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이자 방탄소년단을 기반으로 한 사업 역시 많기 때문에 이들이 병역 문제는 하이브 사업과도 직결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대중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방탄소년단처럼 국위 선양에 기여한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체육요원으로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의 찬반 속에 통과는 잠정 보류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6월 병역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만 30세까지 합법적으로 병역을 연기할 수 있지만, 맏형인 진은 1992년생으로 병역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 입대해야 한다. 진이 입대한다면 방탄소년단은 완전체 활동이 당분간 힘들어진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등 K팝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UN 총회에서 특별연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 혹은 대체 복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방탄소년단은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직접 병역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진은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 회사와 많이 얘기했고, 이 문제에 대해선 회사에 일임하기로 했다”며 “회사의 이야기가 곧 저희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이 나오면서 방탄소년단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정치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2일 MBC 라디오에서 이 문제에 대해 “빨리 검토하자는 양당 간사 협의가 있었다”면서 “형평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이견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여부에 대해 여야가 긍정적 검토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4월 국회 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쪽에서는 가능하면 빨리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의사가 왔다”고 시사했다.

아직까지 국회 국방위 회의 등 구체적인 일정은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병역 특례가 워낙 조심스러운 사안인 만큼 정치권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국방부 역시 “공평한 병역이행이라는 원칙상 예술·체육요원의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를 비롯한 대중음악계는 병역특례법 통과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병역법상 예술·체육 분야 특기 중 대중문화 부문만 누락돼 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입대한다면 선순환을 기대하는 업계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가수 뿐만 아니라 배우, 예능인 등으로까지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이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20대 남성 사이에서 공정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대중문화 예술인의 병역 특례 혜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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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