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전 경쟁자 살라 앞에서 골맛
챔스리그 본선행 마지노선 4위 놓고
아스널과 13일 양보없는 한판 대결
'미지의 20골'에 당도했다. 18세 소년의 꿈은 12년 만에 이뤄졌다.
'월드스타' 손흥민(30.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한 시즌 20골을 달성, 아시안 빅리거 새 역사를 또다시 썼다. 그는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 필드에서 열린 2021~2022시즌 EPL 36라운드 리버풀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11분 왼발 선제골을 터뜨렸다. 리그 20호 골(득점 순위 2위). 18~19호 골을 터뜨린 지난 1일 레스터시티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로 손흥민은 커리어 최초 정규리그 한 시즌 20골을 달성했다. 득점왕 경쟁 중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2골)와 맞대결에서 득점포를 가동해 더 의미가 있다. 전반 리버풀의 공세 속에서 수비에 힘을 보탠 손흥민은 후반 8분 70여m 번개 같은 드리블로 질주, 오른발 슛을 시도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3분 뒤 골 맛을 봤다. 후방 긴 패스를 받은 공격 파트너 해리 케인이 왼쪽으로 달려든 라이언 세세뇽에게 연결했다. 세세뇽이 욕심내지 않고 재차 골문 오른쪽으로 쇄도한 손흥민에게 내줬고, 그가 가볍게 왼발로 차 넣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후반 29분 루이스 디아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그러나 홈 12연승을 질주하며 올 시즌 쿼드러플(4관왕)에 도전하는 '최강' 리버풀을 상대로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을 거머쥐었다. 승점 62(19승5무11패)를 기록하며 5위를 지킨 토트넘은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행 마지노선인 4위 경쟁하는 아스널과 오는 13일 예정된 36라운드에서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됐다.
◇EPL 30년 역사 '한 시즌 20골', 손흥민이 46번째
1992년 출범한 EPL은 올해까지 30년간 한 시즌 20골 이상을 기록한 건 손흥민까지 46명에 불과하다. 20골 이상을 가장 많이 기록한 건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잡이인 앨런 시어러로 7회다. 그는 EPL 260골로 통산 최다골 보유자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피지컬을 활용한 경쟁력이 두드러진 EPL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다. 손흥민의 롤모델이자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도 EPL에서 7시즌을 뛰는 동안 한 시즌 20골을 넘긴 건 지난 2007~2008시즌(31골) 한 번밖에 없다. 그간 다수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뛰었으나 유럽 선수보다 피지컬이, 남미 선수보다 개인 전술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20골은커녕, 롱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가 맨유에서 롱런하며 선입견을 깨더니 후배 손흥민이 전대미문의 20골을 달성했다. 그는 지난 2016~2017시즌 전 대회에서 21골을 기록, 아시아 선수 최초로 한 시즌 20골 이상을 넘어서는 등 기록 제조기로 늘 새 역사를 써왔다. 올 시즌엔 지난 레스터전에서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빈 차범근 전 감독이 지닌 아시아 선수 유럽 5대 리그(EPL.세리에A.라 리가.분데스리가.리그1)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 기록을 경신했다. 남은 목표는 정상급 골잡이 지표로 여기는 '정규리그 20골'이었는데, 올 시즌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리버풀전에서 마침내 해냈다.
◇"20골+득점왕 하고 싶어요"…18세 손흥민 꿈, 현실로
지난 2010년 만 18세 나이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손흥민은 늘 '득점왕, 리그 20골'을 언급하며 꿈을 키웠다. 학원 축구가 아닌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인 손웅정 씨에게 축구를 배운 그는 데뷔 초기 비시즌에 고향 강원도 춘천 공지천에서 하루 1000개가 넘는 슛 훈련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침내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을 통해 EPL에 입성하며 한 차원 거듭났다. 지난 시즌 리그 잔여 3경기를 남겨두고 17골에 도달, 득점 3위를 달리며 '18세 그때 그 꿈'에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잔여 경기에서 모두 침묵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절치부심한 그는 올 시즌 잔여 3경기를 남겨두고 20골 고지를 밟으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리버풀전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은 "(수비에) 희생하고 있었지만 기회는 계속 온다고 믿고 있었고, 홀로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페널티킥(PK) 없이 순수 필드골로만 20골을 채워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득점왕까지 바라보는 그는 PK 키커 욕심도 나지 않느냐는 말에 "전혀 없다. (전담 키커) 케인이 차는 게 맞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버풀 | 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