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낮 안방을 찾아왔던 ‘국민 MC’가 우리 곁을 떠났다. 8일 송해(본명 송복희)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측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자택 욕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이후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눈을 감았다.

앞서 지난 1월과 5월 건강 이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국노래자랑’ 현장 녹화가 지난 5일 재개됐으나 참여하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재차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KBS1 ‘전국노래자랑’ 측이 “(송해의 하차와 관련)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우려는 더욱이 커졌다. 그러나 사망 전날까지 지인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 만큼 정정했다는 전언이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유족과 지인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1948년 해주예술학교에 입학해 성악을 배웠다. 6·25 전쟁 당시 월남했고, 군 제대 후인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고인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화술과 안정적인 진행 능력을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코미디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 ‘고전 유모어극장’, ‘유머 1번지’ 등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대표작은 ‘전국노래자랑’이다. 1988년 5월 경북 성주 편부터 합류해 34년간 프로그램의 마스코트로 함께했다. 1994년 휴식기를 가졌던 5개월을 제외하면 성실히 녹화에 임했다.

이에 ‘살아있는 상징’으로 불린 고인은 ‘국내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 타이틀을 얻었고, 지난 5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정식 등재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상당해 하차 논의에도 강력한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과 훈장 다수를 거머쥐었다.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고령에도 열정을 잃지 않아 후배 방송인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자신의 인생을 뮤지컬로 재구성한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 무대를 꾸몄고, 지난 2월 종영한 예능프로그램 ‘부캐전성시대’에 출연해 도전을 이어갔다.

방송계에 한 획을 그은 고인의 사망 소식에 방송가는 큰 슬픔에 빠졌다. 전설적인 방송인의 마지막을 기리고자, 한국코미디언협회 측은 유가족과 논의 끝에 고인의 장례를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두 딸이 있다. 부인 석옥이 씨는 2018년 유명을 달리했고, 아들은 1986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이며, 발인은 10일 오전 5시다. 장지는 고인의 생전 바람대로 아내가 영면한 대구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 옥연지 옆 송해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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