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아 있었다.”

‘가왕’ 임재범이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16일 임재범이 정규 7집 ‘SEVEN,(세븐 콤마)’의 프롤로그곡 ‘위로’를 발매했다. 이를 앞두고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미디어 청음회를 연 임재범은 그간의 공백과 신곡에 대해 취재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흰 머리에 긴 수염, 푸른색 수트를 입고 등장한 임재범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임재범입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특히 다소 야윈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986년 밴드 시나위 1집으로 데뷔한 임재범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애절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던 임재범은 지난 2015년 아내와 사별 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마음을 추스른 그는 7년 만에 신곡 ‘위로’로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7년이란 긴 시간을 돌아본 임재범은 “많이 지쳐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싶었다.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도 많았고, 살아오면서 영화와 드라마같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다. 저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 소문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다. 힘든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주저앉아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걱정도 많았다. 임재범은 “2016년 2월에 마지막 공연을 하고 사랑하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얼마 안있다 아버지도 떠나시고 마음도 많이 무거웠다.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었다. 음악도 듣지 않고, TV조차도 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음악과 멀어지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다시 설 용기를 낸 이유는 한자리에서 기다려주는 팬들 때문이었다. 임재범은 “가끔 인터넷으로 팬분들이 남기신 글들을 보면서 ‘아직 나를 기다리고 계시구나’ 생각했다. 은퇴한단 얘기를 하진 않아서 기다리는 이들이 많더라. 팬분들 글을 보면서 힘들겠지만 주저앉는 것보단 일어나서 노래를 들려 드리는데 좋지 않을까 하는 말을 듣고 많이 망설였지만, 소속사에서도 마음을 많이 써줘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됐다”며 “지금도 마음이 편안하진 않다. 다시 이렇게 나올 수 있는 힘을 준 팬들과 소속사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재범의 정규 7집 ‘SEVEN,(세븐 콤마)’은 2015년 발매한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7집 앨범이자 7년의 공백을 표현하는 중의적 의미의 ‘세븐’과 이제 쉼을 멈추고 비로소 숨을 쉬며 전진하겠다는 ‘,(콤마)’ 즉, 숨표가 더해진 7집 앨범명 ‘세븐 콤마’로 세상에 다시 인사하는 임재범은 프롤로그곡 ‘위로’를 첫 곡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

‘위로’를 드리며, 자신 역시 위로를 받고 싶어 나왔다는 임재범이다. ‘위로’는 투박하지만 애틋하게, 폭발할 듯하지만 담담하게 담아낸 위로가 진한 울림을 안긴다. ‘위로’에 대해 임재범은 “모두가 너무나 힘든 코로나19란 시기를 겪었고, 저와 같이 힘든 상처를 겪은 분들도 있으실 거다. ‘위로’라는 곡으로 여러분께 위로를 드리며 시작하는게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했다”며 “저도 힘들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노래로서 위로를 해드리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중저음의 보이스와 묵직한 울림으로 사랑받아온 임재범은 7년의 공백이 무색한 변함없는 가창력과 풍부한 감성이 담겨 많은 리스너의 마음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포효하는 듯한 보컬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임재범은 “창법을 바꾼 건 아니다. 오랫동안 노래를 안해서 그런지 톤이 많이 얇아져 있다. 예전엔 반가성으로 썼다면 되도록 진성으로 하려 애쓰고 있다. 2집 때 앨범처럼 노래가 맑아졌다는 반응도 있어서 좋은 거 같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녹음한 소감에 대해선 “오래 노래를 했는데 노래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며 “체력적으로 회복을 다 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전만큼 소리가 제대로 나올까, 임재범답다는 생각을 해주실까 많은 고민들 속에서 노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노래를 불렀다. 지나친 감정표현을 자제하려 애를 썼다. 슬퍼도 마음 속에 억누른 상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위로’를 시작으로 ‘세븐 콤마’ 음반에 담긴 곡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뒤 하반기 중 완성본을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새 앨범에 대해 그는 “11곡 중 8곡 정도 녹음을 마쳤다. 발라드 장르가 많고 록, 미디어템포 그리고 새롭게 시도한 장르도 섞여 있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올해 가을에 팬들과의 만남도 예고했다. “그동안 비웠던 시간들을 잘 메꿔나가도록 하겠다”는 임재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그는 “제가 다른 가수들처럼 SNS를 한다거나 소통을 이어가지 않고 갑자기 7집 앨범을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데뷔 37주년을 맞은 임재범은 자신에게 음악은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 데뷔 했을 때 시나위 당시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뭐 하나 제대로 남겨 놓은 거 같지 않으면서도 많은 걸 남겨놓은 거 같기도 하다. 제게 음악은 숙명인 거 같다. 하고 싶지 않아도, 피하려고 해도 제게 돌아오는게 음악인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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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