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소비되던 퀴어 콘텐츠가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더니 이젠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극장판인 ‘시맨틱 에러: 더 무비’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초고속 매진을 기록했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퀴어 커플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 ‘메리퀴어’와 ‘남의 연애’를 일주일 간격으로 선보였다.

‘시맨틱 에러’는 컴퓨터공학과 ‘아싸’ 추상우(재찬 분)의 완벽한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분),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를 담은 BL(Boys Love·남성 동성애) 드라마다. 저수리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드롬으로 설명할 만한 인기다. 지난 2월 16일 공개된 드라마는 왓챠 톱 10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대본집은 구매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현재까지 왓챠 톱 10 상위권에 자리하며 두터운 팬덤을 입증하고 있다. 더불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극장판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시맨틱 에러’의 성공에 BL 장르의 양지화는 더욱더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올 하반기에만 ‘비의도적 연애담’, ‘오 나의 어시님’, ‘해피메리엔딩’, ‘신입사원’, ‘따라바람’, ‘본 아페티’,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등 남남(男男)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쏟아질 전망이다.

예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 8일 베일을 벗은 ‘메리 퀴어’는 퀴어 커플의 일상을 다루고, 지난 15일 공개된 ‘남의 연애’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성소수자의 아픔에만 집중했다면, 두 프로그램은 이들의 사랑이 유달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확실히 달라진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콘텐츠 포화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롱런’하려면 대중의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 대중성이 낮은데 반짝 화제성에 기대어 가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성소수자를 내세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17일 스포츠서울에 “화제가 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다기보단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 변화에 따라 방송가에서 흐름에 맞는 소재를 택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시맨틱 에러’ ‘나의 별에게’ 등 성공 사례가 많이 생기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업계에서도 BL에 대한 편견이 많이 희석됐다. 게다가 최신 트렌드에서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다양성이지 않나. 소비자 위주인 방송이 그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순리다. 그리고 그간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예능이 얼마나 많았나. 이 가운데 퀴어는 신선한 재미와 사회적 의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소재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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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왓챠,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