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상승세가 이상하다. 아니 비범하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재와 편성으로 신드롬을 만들어낸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극에 얽힌 비하인드를 풀어내며 애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다.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지난 21일 방송된 8회에서 13.1%를 기록했다. 인지도에서 열세한 채널에서 방영된 점을 차치하더라도 대이변의 연속이다.

유인식 감독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 것이라 예상 못 했다. 아시다시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지 않나”라며 “이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음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어서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올지 상상 못 했다”고 답했다. 문지원 작가는 “커피숍에 커피 사러 갔는데 ‘태수미(진경 분)는 우영우를 왜 버렸을까’ 이런 주제로 토론을 하고 계신다. 버스를 탔는데 드라마를 보고 계신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얼떨떨한 심경을 전했다.

방영 전 걱정거리였던 편성은 거침 없는 상승세에 도리어 신의 한수가 된 분위기다. 유인식 감독은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작가님과 ‘어머님들이 못 찾으시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러닝타임에 있어서 지상파보다 자유로웠고,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찾아오는 시청자들이 적극적인 팬덤을 만들었다. 신기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이 꼽은 인기 비결은 여럿이다. 양손을 동원해도 세기가 힘들 정도다. 출연진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흥미롭지만 불편하지 않은 전개,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대사,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 실사 같은 고래 컴퓨터그래픽(CG) 역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폐 스펙트럼을 적절한 선에서 실감나게 그려내는 배우 박은빈의 힘이 크다. 유인식 감독이 박은빈을 섭외하기 위해, 그가 전작을 마칠 때까지 1년간 기다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유 감독은 “박은빈처럼 연기 잘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럽고 쉽지 않은 배역이다. 싱겁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기다렸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다시 한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본을 읽을 때 지금은 박은빈의 목소리로 자동 재생되지만 처음에는 영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막막했다. 이 많은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배우가 가진 자기만의 색깔이 캐릭터를 온전히 잡아먹지 않고 맡은 배역마다 사람이 확확 바뀌는 집중력과 기본기를 가진 배우가 흔하지 않다. 그리고 타이틀롤 비중을 소화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작품은 문지원 작가의 전작인 영화 ‘증인’에서 출발했다는 전언이다. 문 작가는 “3년 전 제작사에서 ‘증인’의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냐고, 16부작으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냐고 물었다. 나는 가능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고 내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연장선을 노린 건 아니다. 지우는 지우대로,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닫고 놀랐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굉장히 강한 윤리의식과 정의감, 특정한 관심분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해박한 부분이다. 그 매력을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폐에 명과 암이 있다면 지나치게 밝은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유인식 감독은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을 봤다. 잘 그려도 속상할 것 같고 나쁘게 그려도 속상할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는데 우영우가 귀여움 받는 것을 보고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낀 빛나는 부분이 사회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를 사랑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촬영하다가 그걸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문지원 작가는 “불편하신 분들께도 가슴 깊이 공감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고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더불어 몇몇 유튜버는 최근 우영우의 언행을 따라해 자폐인 비하 논란에 오른 바 있다. 이들을 향한 비판은 우영우의 말투나 손짓은 그만의 특징이 아닌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에 유인식 감독은 “걱정하시는 분도 많고 저 또한 드라마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진 않다. 저는 일상에서나 유튜브상에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하셨던 분들이 자폐인들을 비하한다는 생각으로 하진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안에서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쌓아온 것이기 때문에 그 맥락을 이해하시면 보실 수 있지만, 바깥에서 어느 순간만을 보게 되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고 그것이 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많은 담론의 탄생은 결국 작품의 인기가 상당한 덕분이다. 드라마는 거센 입소문을 타고 매회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시청률 20%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유인식 감독은 “시청률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주식 오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 정도면 꿈꿔보지 않은 오름세다. 지금 이 시청률도 너무나 행복한 인기라고 생각한다. 예상은 정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지원 작가는 “감독님께 잘되고 있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사고 수준이라고 하셔서 그제야 감을 잡았다. 예상은 어렵다.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즌2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유인식 감독은 “아직 방송 반 밖에 안 왔다. 시즌2가 나오고 시즌3가 나오는 것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성사가 되려면 사업적으로든 스케줄적으로든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있지만 ‘우영우 월드’에 대해 다들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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