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KBO 리그 거칠게 없던 반면 
ML 모든 것이 새롭고 '높은 벽' 실감
TV로 보던 선수들과 호흡 맞춰 기뻐
SD, 우승 주력 팀이라 주전싸움 팽팽
개인 타격 코치와 함께 경쟁력 키우고
국내 유턴보다 정글서 살아남는데 집중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거칠게 없었다. 하지만 빅리그의 높은 벽에 좌절하기도 했다. 지난해 머리 염색에 장발을 했던 이유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증세로 감추기 위해서였다. 원정경기 호텔방으로 돌아오면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좌절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아직도 짧지만 경험도 터득했다. 
지난해 청운의 꿈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 그는 오는 10월17일 27세가 된다. MLB의 프리에이전트(FA)가 30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어린 축에 속한다. 김하성은 입단 첫 해 부진했지만, 4년의 장기계약과 나이 등이 장점으로 작용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다. 
스포츠서울은 후반기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김하성을 3루 덕아웃에서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후반기들어 타격이 다소 좋아지고 있는데.
나쁘지는 않다. 더 잘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때 2차례나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매니 마차도도 그랬고, 심판이 바깥쪽 코스에 후했는데. 
사실 이해하기 힘든 판정이었다. 게임의 일부분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의 볼이었다. 

-지난해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경기도 자주 출장하지 못하는데 하나씩 그런 판정이 나오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올해는 다음 타석이 있고, 다음 경기가 있어 빨리 잊어 버리려고 한다. 

-타격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는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경기를 계속 출장하는 게 도움이 되고 경험도 쌓였다. 스윙폼은 조금 교정했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시스템인데, 최원제 씨가 개인타격코치로 도움을 주고 있다. 효과는. 
나와 타격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놓치는 부문을 알려주고 있고, 그런 부문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 코치에 의하면 지난해 무척 힘들었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하던데 솔직하게 얘기를 해달라. 
머리도 빠지고 그랬다. 힘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내가 꿈꿔웠던 곳이었다. 지난해 많이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배우려고 노력했고, 결국에는 내가 한걸음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미국에 와서 야구를 포함한 문화 충격은 무엇이었나. 
모든게 새로웠고 충격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게 많았다. 문화충격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TV에서 보던 MLB 선수들과 한 경기장에서 뛰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으니까. 

-짧지만 기뻤던 순간은. 
매 순간 기뻤다.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게 좋았다. 어찌됐든 경기에 나가는 순간들이 나한테는 엄청난 경험이고 다른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부문이 아니어서 그런 것들이 기뻤다. 

-추신수를 위시해 KBO리그 출신 타자중엔 한솥밥을 먹었던 강정호처럼 꽤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유턴했다. 지난해 생각이 복잡했을텐데 유턴할 생각은 없었는지. 
생각을 안했다. (강)정호 형이 MLB에서 성공했지만 비교하지 않았다. 정호 형과는 내가 다른 길이기 때문에 유턴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 남아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힘들면서 독해졌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말들을 한다. 메이저리그를 정글이라고. 못하면 잡혀먹힌다는 것인데 우리 팀은 더 심하다. 우승을 원하는 팀이라 선수 보완이 계속해서 이뤄진다. 기존 선수들도 그렇지만 나같은 경우는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서바이벌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경쟁이 선수에게는 힘들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뎁스가 좋으니까 입장이 다르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 한 경기 한 경기 승리가 중요하다. 

-마감시한 트레이드 때 브랜든 드루리의 가세로 직간접 영향을 받게 됐는데. 
좋은 선수다.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마감시한 때 소토, 벨 등을 영입하면서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현재 팀분위기는 어떤지. 
매우 좋다. 선수들도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고 준비를 한다. 팀분위기도 팬들도 열광해서 좋다. 한국의 팬들도 열광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이곳은 규모의 차이가 너무 크다. 

-KBO리그에서 뛸때는 이렇게 수비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때 와서 KBO식을 버리고 배우기 시작한 게 향상된 계기다. 볼 핸들링과 스텝을 바꾸면서 수비가 매우 편해졌다.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전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등은 반대편 홈런을 쳤다. 아직 이런 타구가 나오지 않는데 타격 매카닉의 차이인가. 
원래 야구를 시작할 때 체구가 작아서 반대편으로 밀어치는 타격을 하지 않았다. 내 코스에 볼을 잡아 당기는 타격을 주로 했다. 사실 MLB에서 어떤 안타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고 승부가 다 갈라져도 안타와 삼진에 선수, 팬들 모두 환호한다. 국내와 다르다. 안타 한개 치는게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드린다.  

사진 문상열전문기자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