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간단하게 나누자면 회피와 직면 정도다. 그룹 S.E.S. 슈는 꾸준히 후자를 택하고 있다. 한때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으나 이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홍보대사를 꿈꾼다. 빚도 청산했다. 선정성 논란을 야기한 의상은 쓰레기통행이다. 이토록 적극적인 피드백에 대중의 마음이 열리는 모양새다.

슈가 지난 14일 인터넷 방송 플랫폼 플렉스TV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첫 방송 이후 5개월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달라진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노출 논란을 의식한 듯, 가슴께가 드러난 의상 대신 올리브 컬러 재킷을 입고 있었다.

먼저 그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에게 너무나 화가 났고 후회도 많이 했다. 한계에 부딪힌 이 상황이 막연히 절망스러웠다. 여러분도 앞이 안 보일 때가 있으시지 않나. 하지만 누굴 원망할 수는 없지 않나.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포기해야 되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 1인 방송 제안을 받았다. 정말 감사했다. 나로 인해 피해본 분들께 하루라도 빨리 변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다. 방송을 하면 그분들께 변제할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지만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가 가슴골이 깊이 파인 옷을 입고 후원금에 보답하고자 춤을 춘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공개 응원에 나선 S.E.S. 멤버 바다, 유진, 그의 세 자녀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이와 관련, 그는 “‘잘해보자’ 하면서 흥분됐다. 붕 뜬 상태에서 또 하나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카메라만 켜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 모든 과정을 건너뛰었다. 하얀 옷은 ‘이게 이쁘겠지’ 하고 입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상하게 비쳤는데 후회스럽다”며 경솔했던 행동을 반성했다.

무엇보다 채무를 변제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갚아야 할 빚을 모두 청산했다. 진심으로 사죄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며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은 이제 다 해결됐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다. 큰 피해를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반복되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겠다”고 전했다.

물론 그가 이날 방송에서 한 말이 모두 진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단순한 사과에 그치지 않고 속죄를 실천해왔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더불어 의상, 콘텐츠 등 사사로운 지적에까지 귀기울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재기에 대한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차갑게 돌아선 누리꾼들도 하나둘 그의 진정성만큼은 인정하는 눈치다.

그의 한국코치협회 초급 과정 수료를 도운 케어마인 상담코칭센터 최동하 연구소장 역시 14일 스포츠서울에 “슈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소탈한 학생이다. 과거의 자신처럼 도박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더라. 수업도 실습도 성실하게 마쳤다. 자격증을 따려면 필기시험에 붙어야 하는데, 서류 접수를 2개월에 한 번씩 받아서 아직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간 방송을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11월에 접수하지 않을까 싶다. 준비도 다 된 상태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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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플렉스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