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송해의 바통을 이어받은 개그우먼 김신영이 새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김신영은 지난 1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 광장에서 진행된 KBS1 ‘전국노래자랑’ 경기도 하남시 편 녹화에서 “‘여러분의 막내딸’ 김신영이다. 사랑의 자양분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 이날만 기다렸다. 제가 ‘전국’ 하면 ‘노래자랑’으로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블랙 슈트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무대에 올라 기합이 잔뜩 들어간 채 “전국”을 외쳤다.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노래자랑”이라고 화답했다. 조그마한 체구가 뿜어내는 에너지, 좌중을 압도하는 우렁찬 외침은 취재진을 전율케 했다. 곧바로 경쾌한 실로폰 소리와 익숙한 시그널 음악이 울려 퍼졌고, 시민들은 저마다의 박자로 손뼉을 치며 새로운 MC를 응원했다. 이에 그는 큰절을 올렸다.

이날 녹화는 대구광역시 달서구 편에 이어 두 번째였으나 방영은 가장 먼저 될 예정이다. 사실상 김신영에게는 첫 방송인 셈이다. 그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프로그램을 응원하기 위해 가수 양희은, 개그우먼 송은이, 배우 이계인, 가수 나비, 박서진 등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참 좋다’ 무대로 오프닝을 장식한 양희은은 “가수 시작한 지 52년 됐는데 ‘전국노래자랑’ 첫 출연이다. 새로운 출발에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누구나 처음일 때가 있다. 긴장하고 떨더라도 커나갈 어린 싹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신영에게는 “욕심 내려놓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편안하게 해라”고 조언했다.

소속사 대표이자 개그계 선배인 송은이 역시 ‘전국노래자랑’ 출연은 데뷔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후배인데 이런 큰 프로그램에 하남시의 많은 분과 자리하면서 우뚝 서 있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가문의 영광”이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퇴장하면서까지 “만수를 누리시길 바란다”며 김신영을 응원해 훈훈함을 안겼다.

이계인은 ‘보릿고개’를 열창했으나 탈락을 뜻하는 ‘땡’을 받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100살까지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말고 하거라”는 덕담을 전했다. 김신영은 “음악 프로그램에 안 나오시다가 제가 ‘전국노래자랑’ 한다니까 한걸음에 달려오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날개 장식을 하고 무대에 오른 나비는 김신영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대한민국 MC계 여왕이 되라고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박서진은 김신영의 부캐릭터 둘째이모 김다비와 같은 의상을 착용하고, 그의 노래 ‘주라 주라’를 불렀다. 김신영도 무대 중간중간 안무를 함께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김신영은 앞서 약속한 대로 자신이 돋보이고자 하는 대신, 출연자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MC석에서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박수를 보냈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도 호응을 멈추지 않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가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탁월한 소통 능력을 발휘하면서 현장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를 직접 지켜본 하남시 시민들은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60대 여성 김모 씨는 이날 스포츠서울에 “키는 작은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방송을 오래 해서 그런 건지 우리한테 큰 감동을 준다. 기죽지 말고 파이팅하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30대 남성 최모 씨 역시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코미디프로그램 할 때 팬이었는데 마침 새로운 MC가 되셨다고 하더라. 어르신들도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을 하시는 것 같다.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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