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프로, 식사는 잡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다시금 ‘국민유행어’를 만들었다. “식사 잡쉈어”의 주인공,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의 박해수는 젊은층의 이상열기에 “신기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오랜 대학로 생활을 거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신드롬적 사랑을 받았을 때도,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를 때도 국민유행어를 만드는 건 요원했기 때문이다.

박해수는 “시청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반응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호감을 느끼는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연기한 최창호는 수리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해 민간인 사업자 강인구(하정우 분)에게 언더커버 역할을 제안하는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이다.

최창호는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무역상 구상만으로 분해 극중 연기를 시도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공무원이 화려한 점퍼와 몸에 착 달라붙는 흰바지를 차려입고 가래를 모아 뱉는 장면은 최창호라는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박해수는 “가래는 감청 중인 국정원 요원들에게 전요환과 대화중이라는 신호다. 유튜브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해석이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수리남’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실화가 바탕이다. 2011년 검거된 마약왕 조봉행 사건이 모티프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 하정우가 분한 강인구의 실존 모델이 있듯 최창호 역시 실제 국정원 직원이 모델이다.

박해수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할 때 만난 국정원 요원이 최창호의 실제 모델에 대해 알려주셨다. 국정원 내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하더라”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수리남’은 박해수에게 배우로서 일종의 이정표기도 하다. 그는 “평소 존경하던 황정민 선배, 하정우 선배, 윤종빈 감독님과 함께 한 게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대학로의 무대에서 관객 1명만 두고 연기하던 내가 여기까지 왔다니, 신기할 따름이다”고 했다.

◇에미상 시상식,K콘텐츠 열풍 생생히 접해

박해수는 ‘수리남’에 앞서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방송계 최고권위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돼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했다.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는 자신의 수상보다 ‘오징어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1년동안 ‘오징어게임’을 홍보하는 해외 캠페인에 참여하며 에미상이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기대를 안했는데 시상식 전날 어머니께서 ‘남자가 그렇게 기대를 안 하면 안 된다’며 직접 수상소감을 손으로 적어주셨다. 그걸 필사해 가슴 한 구석에 넣어뒀다. 감사하다는 표현이 15번 나온다.(웃음) 개인적인 영광보다 한국 콘텐츠에 공을 돌리는 내용인데 언젠가 책으로 쓰고 싶다.”

박해수는 유독 넷플릭스 작품에 자주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특히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비구역’, ‘수리남’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부쩍 늘었다.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할 때 박해수 씨 팬들 덕분에 촬영이 수월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해수는 “특별히 넷플릭스라는 송출방식에 목적을 두고 출연한 건 아니다”라며 “여전히 한국 제작 시스템 안에서 연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K콘텐츠의 생생한 열풍을 접한 것을 계기로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오징어게임’과 ‘수리남’을 언급하는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며 한국 창작진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나약한 멸치같은 인간이라 거센 물살에 밀리곤 한다. 물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래같은 배우,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멋있는 말을 했다고 쓰지 말아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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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