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 대표가 소속 아티스트에게 폭언 및 갑질을 하는 사건이 잇달아 나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와 시선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를 통해 그룹 오메가엑스의 소속사 대표가 멤버들을 폭행했다는 목격담을 녹취 파일과 함께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는 소속사 대표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남성들을 향해 날카롭게 고함을 지르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폭언을 내뱉던 여성에게 한 남성이 “ㅇㅇ이 형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자 해당 여성은 “난 쓰러졌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누군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여성은 “일어나”하고 말했고 이후 한 남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만 전해진 현장 분위기는 듣기만 해도 살벌했다. 이를 직접 목격한 네티즌은 “손이 너무 떨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들이 눈앞에서 맞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지난 4일 소속사 대표가 공항에서 멤버들에게 소리친 것을 본 적 있다며 추가로 목격담을 전했다. 해당 사건을 접한 팬들은 해시태그로 ‘#PROTECTOMEGAX’을 남기며 아티스트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소속사 측은 24일 공식 입장을 통해 “모든 오해를 풀었다”며 “논란이 불거진 SNS를 통해 공개된 당시 상황은 지난 9월 1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부터 이달 22일 LA 공연까지 약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투어를 모두 끝마친 후 진행한 식사 자리 이후에 일어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서로에게 서운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또 다른 소속사 대표의 갑질 및 폭행 논란이 한 차례 폭로된 적 있다. 힙합 듀오 배치기의 멤버 탁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곡 ‘로스트’(Lost)를 공개했다. 해당 곡에는 전 소속사가 대표이자 래퍼인 MC스나이퍼의 과거 행적이 담겨있다. 가사에는 ‘나와 무웅이를 불러 봉천동 사무실 앞에 세워놓고 너네가 잘된 것 같냐며 때렸다. 식대는 5000원이었고 행사 페이는 2집 중간쯤에 받았다. 언제든 놓아주겠다 했지만 계약서를 들이밀면서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며 돌변했다’ 등 MC스나이퍼의 갑질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도 가요 기획사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간의 비슷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곤 했다. 이와 관련,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대로 조금 더 나은 기획사에 가려고 하고, 기획사는 기획사 나름대로 투자 대비 성과가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차이에서 충돌이 생기고 갈등이 빚어진다”며 “특히 신인의 경우 소속사와의 계약서에서 갑을 관계가 분명히 나누어진다. 그렇기에 신인 연예인의 불만은 대부분 무시되고, 그런 게 쌓이다 보면 갑질로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비해서 연예 기획사가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사회적인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대개 계약 관계로 인해 불합리한 일이 생겨도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연예계의 갑질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나 쉽게 없애긴 어려운 시스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갑질 문화의 대책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하지만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게 되면서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연예 기획사에서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로 가기 때문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들은 대접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도 문제다. 또 아티스트 입장에선 소속사에서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갖고 있어 대응할 만한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K팝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대해지면서 이같은 갑질논란은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속사의 아티스트를 향한 갑질 문화를 단순한 시선의 변화를 넘어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까지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고질적인 병폐는 특히 10대의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돌들에게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힘의 불균형도 개선해야 하고, 아직 미성숙한 나이의 아티스트들의 체계화된 심리 치료 등도 필요하다. K팝 아이돌 산업의 발전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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