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더 뜨거운 스릴러물이라 자부한다.”

26일 개봉한 영화 ‘자백’의 주인공인 배우 김윤진이 2년 여 기다림 끝에 개봉한 작품에 대해 이같은 자부심을 표했다.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가 원작인 ‘자백’은 밀실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이다.

김윤진은 극중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 역을 맡아 유력 용의자로 몰린 유망 스타트업 대표 유민호(소지섭 분)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간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에 이어 또다시 리메이크물이다. 하지만 ‘자백’은 김윤진이라는 독보적인 색채를 덧입혀 독특한 고유의 색을 얻었다.

105분의 러닝 타임 중 60% 이상이 김윤진의 대사로 채워진다. 신뢰감을 주면서도 확신에 찬 김윤진 특유의 또렷한 화법은 극의 긴장을 더하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용의자와 변호사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과 기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의 얼개와 만나게 된다.

“시나리오를 먼저 읽은 뒤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를 봤다. 쿨하고 시크하게 잘 빠진 스릴러물이었다. 하지만 우리 작품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반전을 위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품에 더욱 신뢰가 갔다.”

시나리오 초고에 있던 소지섭의 대사가 배우들과 감독들의 의견 절충 하에 빠지면서 김윤진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대본을 통으로 외울 수 밖에 없었다.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거친 베테랑 김윤진이기에 가능했다.

“출연한 영화 중에는 ‘자백’의 대사가 많은 편이지만 드라마에 비해선...(웃음) SBS ‘미스마: 복수의 여신’은 출연작 중 가장 대사가 많은 작품이었다. 최근 작품인 ‘종이의 집’도 만만치 않은 편이었다.”
변호사 특유의 논리적인 화법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김윤진 자신도 촬영 내내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김윤진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속옷을 입고 연기할 때도 있다. 나만 아는 불편함을 느끼기 위한 방법”이라며 “작가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를 투영시켜 전달하는게 배우의 역할이다 보니 외부적인 도움을 받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역할을 위해 5㎏ 가량 감량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얼굴에 주름이 많은지, 내가 어떤 얼굴의 근육을 떠는지 이번에 처음 봤다”고 했다. 설상가상 추운 겨울에 촬영하고 많은 대사를 표현하다보니 매 촬영을 마친 뒤에는 탈진하곤 했다. “몸을 사용하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 편히 찍은 작품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 쓰는 게 더 편할 정도였다.”

한국 최초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쉬리’(1999)에 출연했고 미국 드라마 ‘로스트’(2004) 시리즈 등 늘 쉽지 않은 도전을 이어가며 ‘최초’ 수식어를 놓치지 않았던 김윤진은 지금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K콘텐츠의 열기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모국에서 우리말로 작품을 찍어도 전 세계로 송출되는 플랫폼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굳이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연기만 잘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2004년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고군분투했는데 나도 이제 조금은 편하게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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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