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이라니, 하하, 듣기만 해도 좋다.”

배우 김유정이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기세다. 지난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청춘로맨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1999년을 살아가는 17세 소녀 나보라로 분한 그는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맘껏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20세기 소녀’는 공개 사흘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이 정도 순위에 오를 줄 몰랐다. 이런 설레는 감성과 레트로 느낌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도 너무 좋기 때문에...1위는 좀 과한 것 같다.(웃음)”

◇학창시절 수학여행 빠지지 않은 게 밑거름...첫사랑은 아련하지 않아

‘20세기 소녀’의 배경은 세기 말인 1999년이다. 김유정이 분한 보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평범한 여고생이다.

1999년생인 김유정은 “가장 신기했던 건 소품으로 준비된 플로피디스크다. 어릴 때 USB만 사용했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처음 봤다. 삐삐도 처음 본 소품 중 하나다. 극 중 보라의 부모님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VHS테이프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고 말했다.

“OST에 박기영 선배님의 ‘시작’이 포함돼 있다. 평소 노래방 애창곡이 선배님의 ‘마지막 사랑’이라 반가웠다. 박혜경 선배님이나 양파 선배님의 노래도 즐겨듣는다. 어릴 때부터 촬영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함께 노래를 듣다보니 저절로 그 시대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선배님들도 내 음악 취향에 ‘애늙은이’라고 놀리곤 했다.”

대중에게 아역 이미지가 강하지만 벌써 24살 청춘이다. 김유정은 17세 여고생을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최소화했고 헤어스타일링은 받지 않았다. 그는 “학생다운 풋풋함을 살리기 위해 머리도 직접 묶었다”며 “예쁘게 꾸미고 싶다기보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발랄해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중학교 재학 시절,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은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게 고교생 연기의 밑거름이 됐다. 김유정은 “학교 다니는 걸 좋아했다. 수련회, 수학여행, 소풍도 빠지지 않았고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재미에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유튜브에는 김유정이 학창시절 장기자랑에서 EXID의 ‘위아래’와 현아의 ‘빨개요’를 추는 영상이 게시돼 있다. 김유정은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다는 것만으로 마냥 좋았던 시절이었다”고 미소지었다.

그 시절 김유정도 보라처럼 ‘첫사랑 앓이’를 했다. 김유정은 “그렇지만 내 첫사랑은 보라처럼 아련하지 않다”며 “그게 ‘20세기 소녀’ 시나리오에 더 매력을 느낀 이유”라고 강조했다.

◇성공한 아역출신...불안과 고민의 시기 거쳤다

네 살 때인 2003년 제과 CF로 데뷔한 김유정은 ‘가장 성공한 아역의 좋은 예’로 꼽힌다. 20살이 된 2018년,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출연을 시작으로 ‘편의점 샛별이’(2020)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거부감없이 성인 역할에 연착륙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불안정한 혼란과 고민의 시기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가족들과 독립 시기를 조율했다. 서로 어떤 관계를 지속할지, 앞으로 각자 어떻게 해나갈지 긴시간 상의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선택하고 혼자 견뎌낼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20살 무렵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며 단단해졌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정적이고 평온한 상태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세영 등 아역출신 배우들의 맹활약에 대해서는 “내 일처럼 기쁘다”고 했다.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온 분들이 서로 잘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는다. 늘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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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