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자칫 연예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렵다.”

‘11월 괴담’의 전조일까. 연예계가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고 여파를 예의주시 중이다.

당장 이번 참사로 신인 배우 이지한 등이 사망하면서 연예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설상가상 참사의 원인으로 일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근거 없는 루머가 양산되고 있다.

정부가 이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함에 따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하면서 가요·영화계의 홍보 일정도 올스톱됐다. 풍악을 울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신음하다 간신히 숨통이 트였던 연예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 결방 언제까지? 천안함·세월호 때 음방 5주 휴지기

가장 긴장하는 분야는 가요계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2주간 결방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당장 이번 주 발매 예정인 음반들은 연기했지만 바로 전주 음원을 내고 홍보해야 하는 팀들은 사실상 활동을 접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가요 관계자는 “천안함, 세월호 때는 음악방송이 5주간 휴지기였다”며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빠질 만큼 참담한 사건이기에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생업인 사람들까지 죄인된 기분으로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예정된 콘서트들은 아예 취소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11월 중순부터 콘서트장 대관이 꽉 찬 상태라 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프리랜서 스태프들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취소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슬픔을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유족을 위로하는 취지에서 공연을 강행하는 곳도 있다.

영화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뜩이나 극장가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12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물의 길’ 개봉을 피해 11월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제대로 된 홍보 없이 개봉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11월 중순 개봉하는 한 영화는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VIP시사 및 관객과의 만남 행사를 축소했다. 이 영화 관계자는 “영화의 경우 배우와 관객이 극장에서 만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홍보수단이 없는데 이마저 못할 수 있어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故유재하·김현식 11월 사망하며 생긴 ‘11월 괴담’,산업 전체 위축되는 것 자체가 ‘괴담’

연예계는 이번 사태가 또 다른 ‘11월 괴담’으로 자리 잡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1월 괴담’은 1987년 11월 1일 사망한 고 유재하와 1990년 11월 1일 사망한 고 김현식이 3년의 시차를 두고 11월 첫날 사망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는 11월께 연예계 사건사고가 두드러지게 보도된다는 의미로 ‘11월 괴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 연예관계자는 “젊은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그로 인해 연예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것 자체가 11월 괴담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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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