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슬픈 심경을 글에 담았다.

3일 유아인은 자신의 채널에 “밥을 먹고 운동도 하고 똥도 싸고 깔깔대며 웃기까지 한다. 휘황찬란한 것들을 쫓다가 발을 헛디디고 더러운 것들을 피하려다 포기한 채 흠뻑 뒤집어 쓰기로 했다. 내 걸음을 걸으려는데 한 발도 떼기가 어렵다”라는 글로 말문을 열었다.

2003년 17세에 데뷔한 유아인은 어느덧 36세가 되었다. 그는 뛰어난 글 솜씨로 인터넷 공간에 시와 수필, 자신의 생각을 적기로 유명하다.

그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이 들 때 점점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느끼나 보다.

“눈물은 더 몰래 흘린다. 분이 차오를 때면 습관처럼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는데 이제는 꾹 참고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라는 글처럼 말이다.

그는 “며칠 전에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다. 너희는 행복하냐고 가장 오래된 한 친구가 물었다. 모기 쫓듯 불규칙한 모양으로 규칙적인 손사래를 치다가 충분히 웃기고 적당히 양심적인 소리들을 내뱉으며 우리는 쿨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시던 맥주보다 더 미지근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적었다.

유아인은 항상 솔직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배우다. 사건이 닥쳤을 때면 그는 글로 자신의 심정을 팬들에게 전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그는 때 아닌 루머에 휘말렸다. 온라인 상에서 이태원 일대에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이들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는 것. 그리고 그 연예인이 유아인이라는 것.

유아인의 소속사 측은 “유아인은 지난달 29일께 출국해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다”라는 사실을 밝혔다. 소속사까지 나서 해명을 했어야 할 만큼 온라인은 시끄러웠다.

유아인은 루머에 대해 글로 심경을 대변했다. “초상집 가운데서 초상을 등진다. 누가 더 잘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더 모르겠다. 꺼진 생명을 무기로, 방패로, 소재로, 안주로, 걸림돌로 삼느라 꺼지지 않는 화면들. 통곡의 주인보다 더 시끄러운 개소리들”이라며 각종 루머로 시끄러운 온라인을 토로했다.

이어서 “입 닥쳐. 쪽팔린 줄 알아야지. 마음 좀 써, 제발. 더 아프고 덜 아픈 마음 겨루다 버려진 것들. 사실은 한통속의 우리들. 그 마음들이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다가 애써 밝힌 마음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온라인에서 싸울 게 아니라 더 필요한 곳에 목소리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화면을 두드려 나온 것으로 아픈 마음들을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요. 고작 나에게 필요한 만큼요. 내가 버렸고 내가 가졌고 내가 가지지 못한 딱 그만큼요”라는 글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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