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는 H조의 1승 상대는 가나가 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1위로 H조에서 가장 낮다. 한국은 28위다. 하지만 가나는 월드컵을 앞두고 귀화 선수를 적극 독려했다. 그 결과 이냐키 윌리엄스(빌바오), 타리크 램프티(브라이턴) 등이 가나에 합류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가나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스위스와 평가전을 치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가나는 이날 중원의 핵심 토마스 파티(아스널)를 아끼며 100% 힘을 쏟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윌리엄스, 램프티가 선발로 나서서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점검했다. 전반 초중반만 해도 전체적으로 투박한 모습에 호흡도 삐걱댔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흐르자 유럽의 복병으로 불리는 스위스를 위협했다. 특히나 램프티는 뛰어난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을 사실상 지배하다시피 했다. 베테랑 안드레 아이유(알 사드)는 생각보다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그리고 후반에는 교체 카드를 활용했는데 제대로 통했다. 카말딘 슐레마나(렌)와 앙투안 세메뇨(브리스톨 시티)는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슐례마나의 저돌적인 돌파와 세메뇨의 위치 선정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스위스의 FIFA 랭킹은 15위다. 그만큼 벤투호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무엇보다 8년 전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4 브라질 대회 당시 대표팀은 1차전 상대 러시아에 집중했다. 역시 2차전 알제리를 1승 상대로 꼽았다.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던 대표팀은 알제리를 만나 2-4로 패했다. 경계 대상이었던 페굴리가 아닌 이슬람 슬라마니(브레스투아), 야친 브라히미(알 가라파) 등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알제리의 빠른 템포와 공격에 급격히 휘둘렸다. 알제리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선수비 후역습 형태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굉장히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혼란을 줬다.

지금 상황도 8년 전과 흡사하다. 벤투호는 1차전 우루과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서는 모든 선수가 우루과이전의 중요성만 언급하고 있다. 가나도 알제리와 같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다. 특유의 템포와 폭발력은 일대일로는 막기 쉽지 않다. 편성된 조도 H조로 8년 전과 똑같다. 1차전 결과가 조별리그 성패를 좌우하는 건 맞다. 다만 전력이 공개된 가나를 단순히 1승 상대로 분류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그야말로 ‘악몽’으로 남은 8년 전 알제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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