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심리학 박사가 본 '쏘니 트라우마' 극복은…

심리적 부담 큰 건 사실이지만
세계최고 리그 성공 경험 많아
엄청난 압박감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것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이겨낸 경험. 그리고 강철 멘탈.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트라우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당한 부상은 부상 자체도 문제이지만 선수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걱정스럽다. 안면, 특히 더 예민하고 약한 눈 쪽을 다쳤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자칫 강한 몸싸움을 하거나 반칙을 당해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손흥민을 보는 시선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실제로 손흥민은 부상 당한 이후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부상, 그리고 이로 인해 대중의 더 큰 관심이 모이면서 손흥민 스스로 부담감이 더 떠안을 우려도 있다. FC서울, FC안양에서 뛴 프로축구선수 출신이자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이상우 멘탈 퍼포먼스 대표이사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큰 것은 분명할 것"이라며 "큰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향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부상 때문에 더 관심이 더 커졌다. 그런데 최근 부상을 당해 경기를 하지 못했고,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닌 상황이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부담감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우려에도 이 대표는 손흥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전망했다. 선수로서 경험한 성공 사례가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손흥민은 수많은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손흥민은 매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를 누빈다. 매 순간 엄청난 압박감과 두려움을 마주해왔음에도 결국에는 생존한 선수다. 그런 선수가 정신적으로 쉽게 흔들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상황은 분명하지만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문제 없이 이겨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의 말대로 손흥민은 10대 시절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뛰었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 모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잡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신적으로 보통 강인한 게 아니면 성취할 수 없는 업적이다. 부상이라는 트라우마도 손흥민을 쉽게 막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손흥민은 "1%의 가능성만 있다면 도전한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추가 부상을 걱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성공을 위한 도전 의식이 더 강해 보인다. 
트라우마를 이겨낸 실제 사례도 있다. 2019년11월 손흥민의 경기 도중 에버턴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해 퇴장을 당했다. 거친 반칙으로 인해 고메스는 발목이 골절됐다. 워낙 큰 사고라 반칙 직후 손흥민은 심하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해자였던 손흥민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트라우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손흥민은 한 단계 성숙한 선수로 성장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는 "손흥민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라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에 몰두하는 집중력을 플로우(flow)라 부르는데 손흥민의 경우 플로우의 수준이 워낙 강한 상태로 프로 경력을 유지해왔다. 이 사건이 외부 요인이 돼 방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분석했고, 이는 실제로 맞아 떨어졌다. 이 대표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손흥민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손흥민은 책임감을 기존에 갖던 것보다 더 높게 인식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팀의 핵심이다. 실력 면에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선수들을 하나 되게 하는 요인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캡틴으로 선수들은 손흥민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 손흥민도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선후배, 동료들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훈련 분위기만 봐도 손흥민은 부상을 내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부상을 당한 선수가 맞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도하(카타르) |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