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우루과이를 당황하게 한 건 ‘깜짝 선발 카드’ 나상호(FC서울)다.

나상호는 24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전에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격, 이강인과 교체돼 물러날 때까지 75분을 뛰면서 팀의 0-0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루과이전 선발 11인에 나상호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허벅지 부상으로 팀 훈련에서 이탈한 황희찬(울버햄턴)의 대체자로 낙점받아 이날 선발 기회를 잡았다.

선발 자격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우루과이는 초반 예상보다 거센 한국 공격에 움츠리면서 라인을 내렸는데, 나상호가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몇 차례 번뜩이는 드리블 돌파를 뽐냈다. 특히 상대 측면 수비수 마티아스 올리베라를 앞에 두고 자신 있는 원터치 볼 제어와 빠른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공격 뿐 아니라 나상호는 수세 시에도 ‘두 개의 심장’처럼 뛰었다. 이날 전방 압박을 비롯해 전술의 꼭짓점 구실을 한 이재성을 도와 2선 지역에서 강한 대인 마크로 상대 전진을 막아섰다. 특히 나상호의 수비 가담은 우루과이 측면 공격수인 다윈 누녜스의 활동 반경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나상호는 올 하반기 FC서울 주장 완장을 달고 뛰었다. 그러나 예전만한 폼을 보여주지 못했고 팀도 강등 위기에 놓이면서 팬의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저조한 경기력에도 벤투 감독이 꾸준히 대표팀에 호출한 것에 일부 팬은 ‘나상호의 태극마크 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각성 모드’로 돌아섰다. 시즌 막바지 FA컵 4강전을 비롯해 팀의 K리그1 잔류가 걸린 수원FC와 리그 최종전에서 결승포를 가동하며 부활했다.

쾌조의 컨디션은 결국 커리어 첫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이어졌다. 1996년 동갑내기 친구인 황희찬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조별리그에서도 선발이든, 조커든 벤투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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