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전은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한 차원 더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게 했다.

축구국가대표 ‘벤투호’는 24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아쉽게 승리를 놓치긴 했으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은 우루과이에 맞서 90분 내내 공수에서 맞불을 놓으며 명경기를 펼쳤다.

한국 축구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격파한 적이 있다. 이날 우루과이전도 무실점으로 끝내면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2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썼다.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른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에 한 경기 4실점한 적이 있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알제리에 4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축구의 변방으로 불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늘 그랬듯 ‘도전자 입장’이었다. 대회마다 상대 공격에 움츠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 우루과이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4년간 지향해온 후방 빌드업을 실제 월드컵 본선에서 펼친 경기다. 전방에서 빌드업의 엔진 구실을 한 이재성의 활용은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 원정에서 펼친 전술과 닮았다. 또 정우영이 버티는 3선은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날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의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냈다. 또 김민재가 버티는 최후방 수비와 간격도 90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도전적인 빌드업을 펼칠 수 있었다.

늘 유럽, 남미와 비교해서 개인전술이나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아시아 팀이지만 최근 월드컵에서 한차원 달라진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일본도 당시 콜롬비아 등 강호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자기 축구로 맞불을 놓으며 승전고를 울린 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은 앞서 독일과 조별리그 첫경기에서 0-1로 뒤지다가 후반 스리백 전술 변화와 용병술로 2-1 역전승했다.

또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도 세계적 수준의 수비 라인 컨트롤로 아르헨티나를 2-1로 격침했다. 이날 한국도 우루과이를 상대로 그저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벤투호 축구’를 구사, 월드컵 본선 역사에 새 이정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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