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반 확실한 콘셉트로 이변 연출
유효슛 3개로 2골 만든 간결한 공격
대회 목표 8강… 허상 아님을 보여줘

일본의 과감했던 선택과 집중이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렸다.
하지메 모리야스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을 2-1로 격파했다. 그야말로 '대이변'이었다. 독일은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혔지만, 유럽 강호 중의 강호다. 하지만 독일은 전반 33분에 터진 귄도안의 페널티킥으로 득점했을 뿐 필드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E조는 '죽음의 조'로 불린다. 독일, 일본을 비롯해 스페인, 코스타리카가 한 조에 묶였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일본의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이번 대회 목표를 8강으로 잡았다. 그가 설정한 목표가 허상이 아니었음을 1차전부터 제대로 보여줬다.
일본 축구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점유와 패스다. 일본은 볼을 점유해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다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나왔다. 우선 일본은 전반에는 수비에 집중했다. 이따금 이토 준야를 활용한 역습이 나왔지만, 전체적인 공격 가담을 줄였다. 그렇다고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려선 건 아니었다. 수비 조직력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패스 플레이는 자주 보이지 않았다. 일본이 전반에 기록한 패스 횟수가 90개에 불과했다. 경기 전체를 봐도 일본은 패스 260회로 독일(820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45분을 보낸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에 아껴뒀던 공격 카드를 하나둘씩 꺼내 들었다. 미나미노 타쿠미, 도안 리츠, 아사노 타쿠마, 미토미 카오루 등 공격 자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도안이 동점골을, 아사노가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통했다. 
점유율 역시 전반에는 18%에 머물렀다. 후반에는 31%까지 점유율을 높였으나, 일본이 자랑하는 점유와 패스를 보여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은 간결하고 효율적인 공격으로 독일을 흔들었다. 독일은 이날 25개의 슛을 퍼부었는데, 유효 슛은 9개였다. 한 골에 그쳤기에 효율성은 제로였다 반대로 일본은 10개의 슛 중 3개가 골대 안으로 향했다. 이 중 2개를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자신들의 축구를 잠시 내려놓고 때를 기다린 일본이 독일을 꺾은 건 우연이 아니다. 
도하(카타르) | 박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