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몸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영민하기까지, tvN 드라마 ‘슈룹’의 성남대군은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인물이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스포츠서울 사옥에서 만난 배우 문상민(22) 역시 그랬다. 키 190㎝에 모델을 꿈꿀 만한 옷맵시, 훈훈한 외모와 재치있는 답변을 완비한 채 나타났다.

성남대군과 문상민은 ‘츤데레’(쌀쌀맞아 보이지만 다정한 사람)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성남대군이 동생들과 아내 청하(오예주 분)에게 무뚝뚝하게 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문상민 역시 동고동락한 또래 배우들에게 진한 애정을 내비쳤다.

더불어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책임을 다하는 성격이 비슷했다. 연기를 시작할 때 세운 목표가 ‘소속사 식구들에게 믿음을 주자’였다는 문상민은 ‘슈룹’의 흥행으로 아주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보였다. 그는 “함께하는 분들과 서로 신뢰가 있어야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은근히 귀여운 면모가 있다는 것마저 같았다. 인기에 익숙할 듯한 외양과 달리, 문상민은 “아침마다 이름과 회사를 검색하는 편이다. ‘슈룹’도 많이 쳐봤다. 클립 같은 것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셨는지 확인했다”며 웃었다.

알고 보니 오디션 때부터 ‘원픽’이 성남대군이었단다. 문상민은 1년 가까이 함께한 성남대군을 떠나보내며 “촬영이 끝난 지 2주 정도 됐다. 아직 끝난 것 같지 않고 기분이 이상하다. 바쁜 일정이 지나가면 공허할 것 같다. 성남대군뿐만 아니라 ‘슈룹’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고 인사했다.

-‘슈룹’을 마무리한 소회는.

촬영을 마친 지 2주 정도 됐다. 아직까지 끝난 것 같지 않고 기분이 이상하다. 바쁜 일정이 지나고 나면 공허할 것 같다.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했고 대본이 탄탄해서 기대는 했지만, 마지막 회 시청률이 16%를 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촬영 기간이 길다 보니 지칠 때도 있었는데 성남대군 뿐만 아니라 ‘슈룹’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

-‘슈룹’에 어떤 과정을 거쳐 합류했나. 처음부터 성남대군 역을 맡고 싶었나.

오디션을 4차까지 봤다. 처음에는 배역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모든 왕자로 열려 있었다. 2차 때부터 성남대군으로 지정됐다. 내 ‘원픽’도 성남대군이었다. 의성군도 매력적이었다. 찬희가 연기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하. 성남대군을 연기하면서 의성군과 감정적으로 붙는 신이 많았다. 나는 의성군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서사가 분명히 있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그런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더라.

-성남대군 역이 본인에게 주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스로 생각해봤는데 답이 안 나와서 감독님께 여쭤봤다. 감독님은 내 눈빛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다. 좀 다른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하시더라. 날카롭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고.

-김혜수가 출연하는 작품이자 첫 TV 드라마 주연작이어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김혜수 선배님이 참여하신다는 말을 듣고 더 욕심이 났다. 선배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건 배우로서 꿈이다. 그래서 오디션 때 받은 대본의 모든 역할을 어떻게 보여줄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다른 캐릭터를 연습했던 게 촬영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부담도 걱정도 컸다. 긴 호흡으로 가는 작품에서 큰 비중을 맡은 게 처음이었다. 하지만 걱정해도 좋을 게 없더라.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바꾸려고 했다.

-성남대군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아무래도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눈빛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그 부분을 신경 썼다.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집에서 표정을 많이 연습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해야 멋있어 보일지 많이 연구했다. 그런데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순간 안 멋있더라. 담백하게 소화하려고 했다. 승마나 액션도 열심히 준비했다. 승마는 한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촬영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습했다. 액션스쿨도 1년 내내 다녔다.

-김혜수와 함께한 소감은.

선배님이 ‘상민 씨는 이미 성남이니까 시청자들도 성남으로 봐주실 거야’라고 응원해 주셔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촬영 내내 정말 많이 배웠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은 다 배움이었다. 배우로서 책임감,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굉장히 많이 알려주셨다. 연기도 너무 중요하지만 오래 연기하려면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진짜 화령 그 자체셨다. 출연진, 스태프들까지 다 감싸 안아주셨다. 다음 작품을 해도 그 다음 작품을 해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세자와 대군들(강찬희, 배인혁, 윤상현, 유선호, 박하준, 김민기, 문성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분위기메이커는 나였던 것 같다. 하하. 내가 선배님들과 동생들의 다리 역할을 했다. 미숙했지만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뭘까 항상 고민하면서 다녔다. 점점 편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 다들 얘기하고 싶어서 발언권을 잡으려고 했다. 동생들과 합이 굉장히 좋았다.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 편한 걸 넘어서 만만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하. 그만큼 많이 친해졌다. 동생들과 같이 저녁 먹으려고 시간을 맞추는 중이다.

-로맨스 상대였던 오예주와도 합이 좋더라.

예주 배우는 귀엽고 에너지가 밝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파트너로서 큰 힘을 얻었다. 같이 한 장면에서 내가 웃을 때가 있는데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 너무 많이 웃어서 감독님이 자제시킬 정도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로 많이 노력했다. 그 어색함이 합방신처럼 풋풋한 첫사랑 같은 로맨스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명장면 하나를 꼽아보자면.

청하랑 성남이가 오랜만에 갯벌에서 만나서 포옹하는 장면이 있다. 그 광경이 진짜 멋졌다.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나오는데 우리만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 느낌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예쁜 곳을 잘 찾아주셨다.

-팔로워도 70만명을 넘겼고,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을 것 같다. 인기를 실감하나.

아침마다 이름을 검색하는 편이다. ‘슈룹’도 많이 쳐봤다. 클립 같은 것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셨는지 확인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지켜봐 주시는 거니까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싶다.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슈룹’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문상민의 ‘슈룹’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것도 많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를 얻었다. 나한테는 우산이 돼줬던 친구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롤모델이 없었는데 이제 김혜수 선배님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뵙고 싶다. 더 열심히 해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한결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2019년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진짜 연기가 재밌고 즐거웠다.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 힘든 일도 상처받는 일도 있겠지만 잘 대처하면서 스스로 많이 사랑해 주면서 연기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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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어썸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