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 베일, 'PGA 프로암' 출전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계 최고 윙어로 군림하던 가레스 베일(33.웨일스)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에 오른다는 뉴스가 설  연휴 골프계를 장악했다.
베일은 지난 9일(한국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은퇴를 발표한지 2주 만인 24일 '다음달 초에 열리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경기를 하게 돼 기쁘다'고 SNS에 피드를 남겼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내달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에서 막을 올린다. PGA투어에서 가장 전통적인 대회 중 하나로 선수 156명과 셀럽 156명이 짝을 이뤄 치르는 대회다. 1937년 샘 스니드(통산 82승)가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으니 역사를 짐작할 만하다.
페블비치 프로암에 셀럽을 비롯한 운동선수, 연예인 등이 출전하는 것은 이 대회가 가수이자 배우이면서 골프광이던 빙 크로스비가 창설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던 크로스비는 1937년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드하는 대회를 만들었다. 낮에는 라운드하고, 밤에는 파티를 즐기는 형태로 미국인이 사랑하는 프로암 대회로 발전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뿐만 아니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도 5000~1만 달러를 내고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인기다. 베일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는 것을 자랑할 만하다는 의미다.
베일 역시 골프광이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라운드를 하는 등 웨일스 국가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감독과 불화를 일으켰다. 타고난 재능에도 다른 종목에 빠져 더 위대한 선수가 될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도 일부 있다. 그의 프로암 대회 참가 소식이 'PGA투어 도전'으로 둔갑한 것도 이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프로선수로 종목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윙어도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PGA투어 자격을 얻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50)나 '국대 에이스' 윤석민(37) 등이 프로테스트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박찬호와 윤석민은 "골프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골프 자체를 즐기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베일도 프로암 대회나 아마추어 초청대회 등을 즐기며 은퇴 후 삶을 살지 않을까. 프로가 되는 것도 의미있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위너다. 골프는 그런 스포츠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