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추신수.류현진 '대형 계약' 주역
이번 WBC 활약 땐 진가 발휘 확률 높아
ML선 연봉 높아야 경기 출전 횟수 늘어
1년 뒤 선배들처럼 '황금길' 거닐지 관심

계약 규모가 곧 기회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연봉도 높아야 그라운드에 서는 횟수도 늘어난다. 1년 후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공식화한 키움 이정후(25)가 선배들처럼 황금길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24일 이정후가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빅리그 진출을 계획한다고 전했다. 헤이먼 기자는 "KBO리그 MVP 이정후가 보라스코퍼레이션을 에이전시로 선택했다. 만 25세가 되는 이정후는 다음 시즌 MLB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리안 빅리거가 대형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있었다. 2001년 12월 박찬호와 텍사스의 5년 6000만 달러 계약, 2013년 12월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 그리고 2019년 12월 류현진과 토론토의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보라스는 선수와 함께 밝게 웃었다. 보라스는 MLB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에이전트로서 꾸준히 대형 계약을 이끌고 있다. 코리안 빅리거들 또한 보라스와 함께 FA 시장에서 특급 대우를 받았다.
다음 순서는 이정후가 될 수 있다. 이미 다수의 MLB 구단이 이정후의 성장세에 주목한다. 더불어 올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열린다. MLB 스카우트들은 WBC 무대에서 이정후와 MLB 투수들의 맞대결을 집중해서 바라볼 게 분명하다. 평가가 높고 이정후를 노리는 구단이 많아질수록 보라스가 진가를 발휘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보라스는 류현진이 MLB로 진출할 당시 계약 막바지 "일본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있다"며 마이너리그 강등 조항을 제외시켰다. 류현진이 토론토와 계약을 맺기 전에는 "아직 류현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며 당시 토론토 역사상 투수 최고 규모 계약을 이끌었다.
박찬호의 텍사스 입단 기자회견에서는 "최고의 투수가 텍사스에 왔다"고 했는데 당시 텍사스에 수준급 선발투수가 없었던 점을 재치있게 파고 들었다.
늘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2020시즌 후 MLB 진출을 계획했던 나성범도 보라스와 손을 잡았지만 빅리그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포스팅에서 MLB 어느 구단도 나성범에게 계약서를 내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 LA 보라스코퍼레이션 시설에서 훈련했던 나성범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후 나성범은 보라스 측과 인연을 이어가지 않은 바 있다. 코리안 빅리거 밖으로 시선을 돌려도 마이크 무스타커스, 마이클 콘포토 등 예상보다 계약 규모가 적었거나 계약이 미뤄진 사례가 있다.
가치가 높으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가치가 낮은데 극적인 반전을 바랄 수는 없다. 계약은 양측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약 1년 후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나에 따라 보라스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