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가 3년 만에 안방을 찾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개그콘서트’의 부활이 달갑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희극인들이 대중을 만날 기회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7일 KBS가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방송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송 시기는 오는 6월이며, 가제는 ‘라스트 개콘’이라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개그콘서트’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방영된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이에 ‘개그콘서트’ 폐지는 당시 정통 코미디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인지도를 쌓지 못한 코미디언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진 격이었다. ‘개그콘서트’ 만이 자신을 알릴 창구였던 이들은 꿈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아가는가 하면, 유튜브로 자리를 옮겨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러나 후자의 성공적인 사례가 많아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김원훈, 조진세의 ‘숏박스’는 240만명,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의 ‘피식대학’은 185만명, 김대희의 ‘꼰대희’는 84만명, 곽범 이창호의 ‘빵송국’은 42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누리꾼 몇몇은 ‘개그콘서트’가 꼭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코미디언들이 ‘개그콘서트’가 아니면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개가 생겨 콘텐츠만 좋으면 빛을 본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혐오에 기반을 둔 코미디가 재생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이유 중 하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곤두박질친 시청률이다. 이 배경에는 윤리의식이 높아진 대중이 있다. 여성, 노인,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코미디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KBS의 입장이 외면받는 모양새는 아니다. 트렌드가 달라졌어도 여전히 ‘개그콘서트’는 신인 코미디언들에게 꿈의 무대다. 무엇보다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무대 코미디의 위상을 되찾고 공채 개그맨 시스템의 명맥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결국 핵심은 ‘개그콘서트’의 부활 여부가 아니라 부활 이후다. 앞서 KBS는 2021년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한 ‘개승자’를 내놓았으나, 이 프로그램은 흥행하지 못했다. ‘개그콘서트’와 ‘개승자’의 씁쓸한 결말을 교훈삼지 않는다면, 어떤 포맷의 코미디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 방송 관계자 A씨는 29일 스포츠서울에 “진부한 해결책이지만 ‘롱런’은 무해한 웃음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소재 제약이라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코미디를 만드는 계기로 인식해야 한다. 코미디언은 일부를 쉽게 웃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만인을 웃기고 싶은 사람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제작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뼈아픈 실책을 반성해야만 코미디의 진정한 부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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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