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타일랜드 웡타위랍-티티쿨 등 태국선수 돌풍 거셌지만 부담감에 실수
경험 많은 베테랑 한국 선수들 멘탈 게임서 유리… 태극낭자 '부활샷' 기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부는 태풍(泰風)이 심상치 않다. 한류(韓流)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희망은 보인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고진영(솔레어) 김효주(롯데.이상 28)가 나란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기복은 있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고진영은 최종라운드에서 데일리베스트 타이인 8언더파를 몰아쳤고 "샷과 퍼팅, 정신력 모두 지난해보다 발전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다렸던 첫번째 대회를 잘 마쳐 감사한 마음이다. 아쉬운 부분은 없다"면서 "지난해 싱가포르대회에서 우승하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싱가포르에서 많은 팬과 함께 경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힘이 들어가겠지만, 나흘 내내 언더파를 기록한 기운을 잇고 싶다. 그동안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주도 "3라운드 전반까지는 퍼트감이 안따라줘서 우울했다. 코치님이 '너답지 않게 너무 진지하게 골프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 열심히 라인을 봤느냐. 그냥 믿고, 재미있게 치라'는 말씀을 듣고 기분 전환이 됐다"고 돌아본 뒤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의 부진은 심리적 압박감 탓이다. 여자골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18연속대회 무승이 심리적으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진영 김효주 뿐만 아니라 최혜진과 전인지 등 태국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한국인 선수들은 "심리적 부담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인지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담감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잘 준비하고 가다듬으면 내가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대회"라고 돌아봤다.
이런 고민은 지난대회 우승자인 릴리아 부(26.미국)의 플레이에 해결책이 보인다. 태풍을 주도한 낫타끄리타 웡타위랍과 아타야 티티쿨은 최종라운드에서 심리적 압박을 못이겨내는 인상을 풍겼다. 평소보다 인터벌이 길었고, 스윙에 자신도 없어 보였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줄곧 선두권을 달렸으니 우승이라는 목표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긴장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반면 부는 템포도 빠르고, 실수도 대수롭지 않게 털어내는 '명랑골프'로 일관했다. 1타 차 박빙의 흐름을 이어갈 때도 부의 템포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태국선수들은 LPGA투어 경험이 많지 않다. 반면 한국선수들은 베테랑으로 부를 만한 선수가 다수다. 경험치에서 한발 앞서있기 때문에 멘탈 게임에 돌입하면 웃을 가능성이 높다. 바람은 물길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