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요!(One more!)”

한국말이 안 되자 검지 손가락을 황급히 치켜들었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최초 ‘외국인’ 선수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훈련이 끝나갈 무렵, 라이브 베팅을 한 번 더 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표팀이 첫 경기인 호주와 일전을 하루 앞두고 8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도쿄돔에서 마지막 훈련에 나섰다.

에드먼은 두 번째 조로 라이브 베팅을 진행했다. 두 번째 조의 베팅이 끝나고 세 번째 조가 들어설 시간이 됐는데, 갑자기 에드먼이 한번 더 하겠다고 황급히 제스쳐를 취했다.

앞선 라이브 베팅에서 홈런과 함께 장타를 펑펑 날리던 에드먼이었기에 아쉬움의 제스쳐는 아니었다. 에드먼은 좋은 타격감을 계속 유지하려는 듯 다시 베팅장에 들어서 온 힘을 다해 장타를 날렸다.

베팅볼을 던져주던 대표팀 김민재 코치도 흡족한 듯 “베리 나이스(Very nice·매우 좋다)”라며 영어로 크게 외쳤다. 베팅 게이지 밖에서 기다리던 대표팀 선수들도 에드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에드먼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번 WBC 규정이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출전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겨나며 대한민국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에드먼은 단순히 메이저리거인 것을 넘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고, 2021년도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전력을 높일 수 있는 든든한 자원이다.

실제로 대표팀에 와서도 전세계 탑급 수비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에드먼은 지난 6,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팀과의 평가전에서 2루수로 선발 출장해 물 흐르듯 부드러운 캐치와 송구 등 멋진 수비를 선보이며 내야에 안정감을 더했다. 에드먼의 호수비에 지켜보던 일본 관중들도 탄성을 내질렀다.

시즌을 앞두고 몸을 사릴 수도 있지만 에드먼은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그는 공식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과 함께 경기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유니폼을 입고 더 많은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