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와 소속사 대표가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의사 의견을 무시하고 약 처방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를 기소하며 소속사 김모(37) 공동대표가 5000만 원을 주고병역 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씨에게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아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라비와 소속사 그루블린 김 대표, 나플라(31·본명 최석배)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21년 2월, 라비는 병무청에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김 대표는 라비와 나플라의 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다 병역 브로커 구 씨를 알게 됐고 구씨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소장에서 라비는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는 등 거짓 증상을 꾸며냈고, 김 대표는 특별한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사 진단에도 약 처방을 고집해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라비가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자 구 씨는 김 대표에게 “좋다, 군 면제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2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4급으로 재판정을 받았고, 결국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나플라는 2016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은 뒤 여러 차례 병역을 연기하다 2020년 10월 재검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플라와 서초구청·병무청 공무원을 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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